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95년 인구 주택총조사의 잠정집계 결과는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현상들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있다.

수도권 인구집중문제가 그렇고 아파트와 연립주택같은 공동주택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사실이 그렇다.

수도권집중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논의와 지적이 있었지만 사태는 오히려 악화돼 왔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서울 인구의 비중은 지난 90년의 244%에 비해 1.5%
포인트 낮아졌으며 부산 역시 8.5%로 0.4%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동안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비중은 오히려 2.5%
포인트가 높아져 45.3%를 기록했다.

전체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사는 기현상이 완화됐다기 보다는
광역화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교통혼잡 환경오염 주택난 과밀학급 등의 경제사회적 부작용도
확산되고 있다고 할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균형잡힌 국토개발 뿐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이번 조사에서도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36만3,000채로 전체주택의
3.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듯이 농촌인구의 수도권 유입이 수도권과밀의
주요원인이기 때문이다.

빈집에는 미분양아파트도 일부를 차지하지만 대부분이 농촌의 빈집으로
지난 5년동안 균형잡힌 국토개발에 실패했다고 볼수 있다.

얼마전 남북통일이 되면 약 200만의 북한인구가 남하하리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수도권은 통제불능의
위기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촌인구의 감소는 어쩔수 없다해도 얼마전에 발표된 천안신도시 개발
계획과 같은 정책입안이 좀더 일찍 추진됐더라면 이농인구가 수도권으로까지
유입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주택 교육 문화 등 생활여건도 지역실정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주택 200만호건설을 서두르다 보니 아파트비중은 급격히 커졌으나 수도권
인구분산에 역행한 베드 타운에 그쳤으며 일부지방에서는 논밭 한가운데
고층아파트를 짓는 웃지 못할 일까지 있었다.

지방자치제도 시행됐으니 지역마다 특성을 살려 수도권의 과밀인구를
흡수해야 한다.

그러자면 대기업들이 지역경제의 중추로 뿌리박아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간접자본의 확충및 정보고속화도로와 같은 기간통신망정비가 서둘러져야
한다.

세계화와 함께 지방화는 새시대의 흐름을 상징하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정부는 이문제에 대해 좀더 일관성 있고 단호한 자세를 보여줘야 하겠다.

끝으로 인구주택총조사는 국가백년대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로서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조사는 5년마다 전국의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전수수조사로서
어느 정도의 오차는 어쩔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들려 벌이는 조사가 주민등록대장을 통한 조사와
정확도에서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챙겨볼 일이다.

예산절약과 동시에 편법부정방지도 겸한 조사방법을 연구해봐야 할 때라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