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철 < 포스코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

얼마전부터 미국은 삼성전자의 컬러TV 제품에 대한 우회덤핑 조사 등을
반덤핑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미국의 공격적 통상을 표방한 무역법 301조와 아울러
반덤핑 제소의 남용과 같은 보호주의적 통상정책을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래 반덤핑 제도는 약탈적 덤핑으로부터의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생산자 보호를 위한 보호주의 무역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으며, 이를 가능케한 제도의 자의성과 불투명성은 잦은 통상마찰의 원인이
되어 왔다.

특히, 미국 반덤핑법의 자의성은 지나칠 정도다.

미국 반덤핑법의 자의적 운용 가능성은 반덤핑관련법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우선, 산업피해 가능성만으로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수 있으며, 동종
제품의 개념도 특성과 용도가 비슷한 제품으로 규정하여 자의적 적용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 UR 반덤핑 협정문의 미소마진 판정기준이 2%인데 반해 미국의
반덤핑법은 원심에서는 2%를, 행정재심에서는 0.5%를 기준으로 정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반덤핑 제도 남용에 대해 주요 피제소국들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으며, 최근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경쟁정책 논의에서도
반덤핑 조치가 주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미 ITC와 OECD는 반덤핑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모두 반덤핑 제도에 대해 주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어 향후 반덤핑 제도의 향방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덤핑 조치는 경쟁 제한적인 약탈적 덤핑을 막기 위해 사용될수 있어
경쟁 촉진적인 성격을 가진다.

그러나,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 반덤핑 조치들은 생산자 보호를 위해
남용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양질의 저가제품을 구매할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OECD 경쟁정책 주요 논의중의 하나로 반덤핑 조치의 경쟁 제한성이
부각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반덤핑 조치의 경쟁 제한적 측면에 대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쟁
제한적 요소 제거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는 못한 형편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반덤핑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반덤핑 제도가 바뀌어져 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업체들도 이같은 방향을 충분히 인식하고 통상업무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우선, 기존의 왜곡을 치유하기 위해 새로운 왜곡을 야기하는 반덤핑
조치보다는 경쟁정책의 조화를 통해 이러한 제도의 필요성을 줄여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둘째, 약탈적 덤핑에 대해서는 기존의 반덤핑 조치를 용인하지만, 비약탈적
덤핑에 대해서는 반덤핑 조치의 남용을 막도록 제도적 제약을 가할 것이다.

셋째, 반덤핑 조치의 문제점은 법 자체보다는 운영상의 문제가 더욱 중요
하기 때문에 제소국이 패소할 경우 이에 대한 벌칙을 부과하는 것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반덤핑 조치와 관련된 경쟁정책 논의가 OECD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고 이를 근거로 다자간 규범화가 진척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OECD 가입은 국제적 반덤핑 제도 논의에서 우리의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해말 WTO가 발표한 무역보고서에 의하면 1994년 7월이후 1년간
우리나라는 총 10건의 반덤핑 제소를 당해 중국, EU에 이어 제 3위의
피제소국이었다.

이처럼 반덤핑 제소의 최대 피해국중의 하나인 우리나라는 반덤핑 제도의
남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감대가 형성된 다른 회원국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우리의 뜻을 반영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을 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경쟁 촉진적인
방향으로 끌어나가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