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왜곡되고 있다.

각자의 투자판단에 따른 사자팔자가 정부 지침때문에 이뤄지지 못하는
사태가 지난해 5월말에 이어 반복되면서 주가 전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당일 순매수우위" 원칙이 바로 그 주범이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구시대적인 정책지침이 부활된 배경이 "불순"하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지난달 하순까지 "일일 매수금액의 매도금액이상 유지"원칙은 공식적으로는
업계 자율결의 또는 협조사항이었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를 이틀 앞둔 지난달 말일부터 재정경제원이
기관투자들에게 순매수 원칙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2일 증권가에는 지난 1일 순매도한 모기관이 엄중경고를 받았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정부의 의중을 눈치챈 기관투자가들은 매매균형을 이루기 위해 사고 싶지
않은 종목도 울며 겨자먹기로 매수하고 있다.

"일일 매매동향을 은행연합회에 보고하는 현실에서 순매도를 했다가
재정경제원으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두렵기 때문이다" (H은행관계자)

지난 89년 12월이후 증시하락국면때마다 나왔던 기관순매수우위 지침은
악성매물의 출회를 지연시켜 주가하락기간만을 연장시켰는 평가를 받고
있다.

OECD 가입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는 도모하려는 기관들의 매매의욕을
꺽지 말고 투자가의 증시참여를 유도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