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장면을 좋아한다.

식생활이 개선되고 여러가지 맛있는 서양음식들이 유혹을 해대지만 자장면
은 여전히 사랑받는 음식중의 하나다.

특히 연세가 지긋해 밀가루음식을 싫어할 연배에 있는 사람들도 자장면만은
예외인 듯 싶다.

심지어는 "옛날자장면"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장면 그 자체가 맛있어서일까.

그것만은 아닌 듯 싶다.

주로 졸업 입학식 등 어릴적 즐거운 순간에 먹던 음식에 대한 기억 때문
이란 생각이다.

물론 요즘 커나가는 어린세대들은 먼훗날 피자를 떠올릴 법하다.

팽이나 연날리기 등도 그런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요즘 그만큼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없어서가 아니다.

그것과 연결되어 떠오르는 순수한 동심이란 좋은 감정, 그것 때문이다.

요즘 기업들도 이런 향수를 자아내는 광고나 제품 등을 선보이며 복고풍의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도 때론 그 제품의 성능이나 가격보다는 그 제품에
대한 단순한 느낌에 따라 구매행위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왠지 어느 기업하면 친근감이 돌고 느낌이 좋은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이와
정반대의 느낌이 드는 기업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차별성보다는 단순한
느낌에서 비롯되는 것이 그 주된 요인은 아닐는지.

시대는 어느새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을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시대는 바야흐로 "제품경쟁"에서 "이미지경쟁"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러한 때에 자장면의 인기비결에서 느낌의 부가가치를 찾는 것은 필자의
비약일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