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전은 인간노동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가.

자동화된 기술이 인간노동을 끊임없이 대체해가는 제로섬 (Zero-Sum)
관계인가, 아니면 생산성 향상과 함께 인간노동이 필요한 또다른 산업부문을
지속적으로 창출해내는 윈윈 (Win-Win) 관계인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각종 "미래서"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믿음은 후자쪽에 가깝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앨빈 토플러를 비롯한 대다수 미래학자의 이러한 낙관적 전망을
정면에서 반박한 "노동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저 이영호 역 민음사 간
원제 : The END Of WORK)이 번역 출간돼 화제다.

"엔트로피 (Entropy)"의 저자이자 미국의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인
제레미 리프킨이 펴낸 이책은 기술발전에 이은 경영혁신이 현재 대량해고와
실업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으며, 이는 종국적으로 블루.화이트칼라 가릴
것없이 노동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나아가 기술의 발전이 멀지 않은 장래에 심각한 유휴노동을 초래, 지구촌
전체가 몰락할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저자는 첨단기술과 정보화사회, 경영혁신은 1930년대 대공황이후 전세계적
으로 8억명 이상을 실업자나 잠재실업자로 전락시켰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세계는 화해할수 없는 두세력, 즉 첨단기술의 기술세계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보엘리트집단과 자동화돼가는 세계에서 도태된
영구실업자 집단으로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기술발전이 어쩔수 없는 인류진보의 과정이라면 이것이 초래할
폐해를 최소화할 사회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인간노동이 서서히, 그리고 필연적으로 감소해가는 역사적 전환기에
서있음을 강조한 저자는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의 첫부분에서 현재의
기술혁명을 두측면, 즉 고용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 나눠 살펴보고
있다.

이어 그는 기술과 고용논쟁의 배경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1차세계대전 후의
초기 공장자동화과정이 미국 흑인노동자들의 생활과 노동조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또 농업 제조업 서비스부문에서 거대한 기술및 조직변화가 노동자의 숫자를
얼마나 급격하게 감소시켰는지를 기술한뒤 40년대에 시작된 제3차 산업이
전세계 노동력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왔는지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실업의 증대와 범죄.폭력 증대의 상관관계에 주목한
저자는 빈곤과 절망에 빠져 무법적 하위문화를 형성한 집단과 사회질서를
유지하려는 정부와의 갈등상황을 상세히 기술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기술발전의 이익을 그 피해자들과 공정하게 배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을 강조한다.

즉 기존의 자본주의 시장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인류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발적 조직과 노동(제3섹터)을 장려하고 그것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