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376) 제9부 대관원에서 꽃피는 연정 (62)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소홍이 희봉이 일러준 대로 평아에게 말을 전하고 돈 주머니를 들고
돌아와 보니 희봉은 이미 소산 근처에서 보이지 않았다.
연못 속의 물고기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보채와 탐춘에게 물으니 이환이
기거하는 도향촌으로 가보라고 하였다.
과연 희봉은 도향촌에 와서 이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홍이 희봉에게 돈 주머니를 건네주고 평아가 희봉에게 전하는 말을
그대로 아뢰었다.
왕아라는 아이가 왔길래 평아가 희봉 아씨가 생각하는 그대로 말해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는 소홍의 말솜씨가 일품이라 이환도 감탄의
눈길을 보냈다.
희봉이 주위를 한번 둘러보며 소홍에게 넌지시 물었다.
"너 나한테 와서 있을 생각 없니?"
소홍은, 보옥 도련님은 어떡하고요, 하는 표정으로 희봉을 쳐다보았다.
"보옥 도령에게는 내가 말을 잘 해보지.
우리 집에서 일하는 하녀들은 많지만 서너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얼간이들이란 말이야.
말귀를 잘 알아듣지도 못해 이 말을 전하라 하면 엉뚱하게도 다른 말을
전하고 오지를 않나, 한두 마디로 짧게 말해도 될 것을 질질 끌지를 않나.
소홍이 너같은 애가 내 옆에 있다면 걱정거리가 훨씬 줄어 들겠어.
어때? 소홍이 네 마음을 이야기 해봐"
"저희 같은 것들이 마음을 먹는다고 그대로 되나요?
어른들이 정하실 일이지.제 마음이야 아씨를 섬기면서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며 안목을 넓히고도 싶지만"
소홍은 속으로 희봉의 말대로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편, 대옥을 찾으러 간 보옥은 대문을 밀고 들어서자마자 대옥과
맞닥뜨렸다.
대옥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소상관 뜰로 막 나오려던
참이었다.
대옥은 보옥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체하며 얼굴을 돌려 방안에
있는 자견을 괜히 큰 소리로 불렀다.
"자견아! 내가 나가 있는 동안 방을 깨끗이 치워놓아라.
제비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창을 하나 열어놓고 문발을 내려 놓도록
하여라"
그러고는 대옥이 곧장 대문께로 걸어갔다.
보옥이 대옥을 막아섰으나 대옥은 앞에 바위라도 있는 양 보옥을 피해
빙 둘러 대문 밖으로 나갔다.
보옥은 어제 원앙금침 운운한 일로 대옥이 아직도 토라져 있구나 싶어
말도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그냥 묵묵히 대옥의 뒤를 따라갔다.
저쪽에서 학을 구경하고 있던 보채와 탐춘이 대옥을 보자 반가워하며
달려오고 다른 여자들도 우르르 모여들었다.
여자들은 대옥에게 말을 건네기도 하고 보옥에게도 이것저것 묻기도
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4일자).
돌아와 보니 희봉은 이미 소산 근처에서 보이지 않았다.
연못 속의 물고기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보채와 탐춘에게 물으니 이환이
기거하는 도향촌으로 가보라고 하였다.
과연 희봉은 도향촌에 와서 이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홍이 희봉에게 돈 주머니를 건네주고 평아가 희봉에게 전하는 말을
그대로 아뢰었다.
왕아라는 아이가 왔길래 평아가 희봉 아씨가 생각하는 그대로 말해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는 소홍의 말솜씨가 일품이라 이환도 감탄의
눈길을 보냈다.
희봉이 주위를 한번 둘러보며 소홍에게 넌지시 물었다.
"너 나한테 와서 있을 생각 없니?"
소홍은, 보옥 도련님은 어떡하고요, 하는 표정으로 희봉을 쳐다보았다.
"보옥 도령에게는 내가 말을 잘 해보지.
우리 집에서 일하는 하녀들은 많지만 서너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얼간이들이란 말이야.
말귀를 잘 알아듣지도 못해 이 말을 전하라 하면 엉뚱하게도 다른 말을
전하고 오지를 않나, 한두 마디로 짧게 말해도 될 것을 질질 끌지를 않나.
소홍이 너같은 애가 내 옆에 있다면 걱정거리가 훨씬 줄어 들겠어.
어때? 소홍이 네 마음을 이야기 해봐"
"저희 같은 것들이 마음을 먹는다고 그대로 되나요?
어른들이 정하실 일이지.제 마음이야 아씨를 섬기면서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며 안목을 넓히고도 싶지만"
소홍은 속으로 희봉의 말대로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편, 대옥을 찾으러 간 보옥은 대문을 밀고 들어서자마자 대옥과
맞닥뜨렸다.
대옥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소상관 뜰로 막 나오려던
참이었다.
대옥은 보옥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체하며 얼굴을 돌려 방안에
있는 자견을 괜히 큰 소리로 불렀다.
"자견아! 내가 나가 있는 동안 방을 깨끗이 치워놓아라.
제비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창을 하나 열어놓고 문발을 내려 놓도록
하여라"
그러고는 대옥이 곧장 대문께로 걸어갔다.
보옥이 대옥을 막아섰으나 대옥은 앞에 바위라도 있는 양 보옥을 피해
빙 둘러 대문 밖으로 나갔다.
보옥은 어제 원앙금침 운운한 일로 대옥이 아직도 토라져 있구나 싶어
말도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그냥 묵묵히 대옥의 뒤를 따라갔다.
저쪽에서 학을 구경하고 있던 보채와 탐춘이 대옥을 보자 반가워하며
달려오고 다른 여자들도 우르르 모여들었다.
여자들은 대옥에게 말을 건네기도 하고 보옥에게도 이것저것 묻기도
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