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을 완성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분장 (Make-Up).

무대분장의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이벤트가 국내 최초로 마련된다.

16년동안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각종 공연무대를 지켜온 구유진씨(36)가
"천의 얼굴로의 여행-제1회 구유진의 분장이야기" (18~1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를 준비한 것.

그동안 공연된 각종 연극과 뮤지컬, 현대무용과 한국무용, 발레의
분장요소 가운데 특징적인 부분을 발췌해 한편의 완결된 공연형식으로
형상화했다.

한국무용 "살풀이", 연극 "맥베드" "리어왕" "파우스트",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현대무용
"목신의 오후" "얼굴", 발레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 오페라
"마적" "리골렛토" 등의 각 부분공연을 통해 분장미학의 총체적인
이해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무대예술에서 분장은 배우의 성격을 완성짓는 절대적인 요소이자
또다른 창조작업"이라는 구씨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분장의 효과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수 있으며, 또 극중 인물의 성격을 어떻게
창조해 낼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경희대 무용과 출신의 구씨는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대학
연극반에 들어가면서 분장의 세계와 인연을 맺었다.

학과수업과 연극반 연습을 병행하기 힘들어 연극반에서 분장을 담당했던
것이 삶의 방향을 바꿔버린 것.

88년 분장계의 대부로 통하는 전예출 선생에게 사사한후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한사람으로 성장했다.

"영화나 TV보다 무대공연 분장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그는 "분장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성격분석이 더욱 분명해질때 많은 보람을 느끼지만
공연이 끝난후 분장모습이 흔적도 없이 씻겨져 나갈땐 허탈한 기분과
함께 가슴이 아프다"며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올리버" 등을 꼽았다.

최성웅 극단세미 대표가 남편.

연극 및 뮤지컬배우 무용수 발레리나 등 공연 각 분야를 망라해 총
80여명이 출연하는 이번 무대에는 분장을 담당한 S.F Make-UP
(대표 구유진)과 연출 배해일, 뮤지컬안무 박상규, 현대무용안무 이현숙,
무대미술 이학순 (디자인) 윤동하 (제작), 의상 조문수씨 등이 참여해
춤과 음악 연기가 어우러진 분장퍼레이드를 보여준다.

18일에는 한국무용과 연극, 뮤지컬이 한편의 무대로 형상화되며,
19일에는 현대무용 발레 오페라의 특징적인 분장이 선보인다.

오후 4시 7시30분.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