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아직도 특별한
일에 속한다.

94년 말 현재 전체 여성근로자들중 임원(기업)이나 국장(공무원) 또는
고급교육공무원 등 이른바 고위직에 오른 여성들은 3.5%에 불과하다(한국
여성개발원).

그 이유로는 우선 승진대상이 되는 여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일반 기업체의 경우 남성위주로 인력을 채용했다.

특히 고학력 여성은 아예 채용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졸 여사원의 공채가 처음으로 시도된 것은 85년 이후로 이제 겨우 10년
남짓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요인은 채용된 여성의 근속연수가 짧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즉 여성취업자는 경력의 불연속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이것이 여성의 승진을
막는 악순환으로 정착된다는 뜻이다.

전문직종을 제외하면 대졸여성의 경우 평균 3~4년 정도의 근속연수에
그치고 있다.

기업입장에선 근속연수가 짧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원에게 아무래도
승진이나 교육의 기회를 덜 제공하게 된다.

여성들의 직무관이나 불철저한 직업의식도 고위직 여성이 배출되기 힘든
조건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은 여성의 근속연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75년 평균 1.5년에 불과했던 여성의 근속연수가 94년에는 3.1년으로
늘어났다.

근속연수가 길어지고 있다는 것은 곧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위한 인프라가
조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 김흥종 LG연 선임연구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