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차원의 중앙집중식 정기 채용시스템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신입사원을 그룹에서 일괄적으로 채용해오던 대기업들이 계열사및
소그룹별 자율 채용으로 돌아서고 있고 상.하반기 정기공채를 수시채용
또는 상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채용의 분권화는 최근 그룹들이 잇따라 도입한 소그룹및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제의 일환으로 보인다.

투자계획이나 임금뿐만 아니라 인재등용에서도 각사별 특성에 맞는
독자적이고 장기적인 인력수급전략이 필요하게 된 것.

대표적으로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이 이같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그동안 상.하반기로 2차례 나누어 그룹이 총괄해온
신입사원 채용을 올상반기부터 5개 소그룹으로 전면 위양할 계획이다.

채용규모, 시기, 방식 등 채용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소그룹의 환경에
맞춰 자율적으로 실시키로 하고 현재 구체적인 방법을 검토중이다.

삼성이 소그룹별 채용으로 전환키로 한 것은 지난해 5개 소그룹으로
경영구도를 개편한데 따른 후속조치로 인사및 투자계획과 함께 신입사원
채용도 소그룹으로 이관,명실상부한 소그룹 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만헌 삼성그룹 인사팀 부장은 이같은 채용 시스템 변화에 대해 "소그룹
자율경영체제를 빨리 정착시키기 위한 일련의 조치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대우그룹도 각 계열사의 자율경영체제 확립에 따라 올상반기부터
신입사원채용을 업종에 따른 소그룹별로 실시키로 했다.

지난해부터 임원 정기인사를 회사별로 시행한데 이어 회사별 책임경영을
한층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신입사원채용에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예컨대 해외관련 업무가 많은 (주)대우 무역부문은 외국에 유학중인
학생과 재외거주인 등을 대상으로 수시로 채용하며 대우자동차는
인성검사와 TOEIC시험, 무자료면접 등을 거쳐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등
소그룹별 특성에 따라 독자적인 방법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권오택 대우그룹 인사팀장(상무)은 "그룹인사팀은 채용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만 수립하고 업종에 따라 소그룹별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방침아래
소그룹단위를 세부적으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도 올해부터 전계열사별 자율채용을 확대키로 했다.

정기채용방식에서 벗어나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모집하는 상시채용및
수시채용제도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급변하는 경제환경하에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우수인재의
"적시적지"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한보그룹은 지난해 상시채용제를 도입한데 이어 올 4월부터는 이 제도를
한단계 더 발전시킨 "인재 풀제"를 통해 올해 7백여명의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다.

인재 풀제란 입사희망자들의 지원서와 면접결과 등 지원자의 자료와
계열사의 인력계획을 전산화시킴으로써 각 계열사가 인력이 필요할 때
지원자들의 희망을 최대한 고려해 채용할 수 있도록 한 방식.

이같은 "인재뱅크"를 이용할 경우 지원자들은 한번의 원서접수와 면접
으로도 여러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경영환경의 불규칙한 변화로 인해 전문인력 채용요인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은 연말 대량 채용방식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신상익 한보그룹 인사담당 전무).

삼성도 지난해 그룹에서 일괄 모집했던 특수전문직 채용을 올해는
소그룹이나 각사별로 수시채용할 방침이다.

이같은 상시.수시채용은 PC통신이나 인터넷의 등장과 각종 채용박람회의
개최 등에 따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 삼성 대우 쌍용 등은 올해 신입사원 채용때부터 PC통신을 이용해
입사지원서를 배부키로 했다.

특히 쌍용은 PC통신망을 통한 입사원서 접수가 성공적일 경우
상시채용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기업들이 상시.수시채용제도를 시행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
한다.

일괄적으로 이뤄져야 할 신입사원 교육이나 연수를 채용때마다 실시해야
되는 번거로움과 학기말 채용을 기업들에 요구하는 대학당국의 학사행정
등으로 지금 당장 정기공채를 상시.수시채용제도로 전면 수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인재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고 기업경영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력예산을 신축적으로 짤 수 있다는 이점때문에 수시.
상시채용은 전문영역을 중심으로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취업시즌"이라는 말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