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부 릴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고용회담은 2일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성장책이 요구된다"는 원론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틀간의 일정을 끝냈다.

회담전부터 실업난의 근본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노동시장의 경직된 구조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수준 향상에 장애가 되는 현행 노동시장의 구조는 개선
돼야할 여지가 많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완곡히 피력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다.

G7 대표들은 그대신 프랑스와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여 "근로기준의 향상은
중요하다.

근로조건을 국제통상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다소 의제와
동떨어지는 결론을 제기, 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개도국의 반감을 샀다.

지난 94년 미국 디트로이트회담 이후 2년만에 열린 G7 고용회담은 결국 그
중요성에도 불구, 실업난해소를 위한 재정지원등 근본처방책을 마련하지
못한채 회원국간 갈등만 노출하고 막을 내린셈이다.

이는 참여국간 실업에 대해 느끼는 심각성의 정도가 2년전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예상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유럽은 실업률이 날로 악화돼 평균 11%에 이르렀으며 특히 리더격인 독일은
전후 최악의 실업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등 유럽 대표들은 정권안정 차원에서도
실업난 해결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올들어 실업률이 다소 악화된 일본도 3%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년간 8백50만명을 신규 고용, 실업률을 유럽의 절반인 5.5%
대까지 끌어내렸다.

비유럽 대표들은 한마디로 실업은 "유럽병"이라며 유럽정책에 훈수를 두는
자세로 일관했다.

또 실업난해소를 위한 처방에 대해서도 미국과 유럽국가간에 상당한 이견을
나타냈다.

미국은 유럽의 사회주의적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가 오늘날의 실업난을
유발했다고 처방했다.

사회보장 부담은 높으나 지나치게 직업안정을 중시해 신규고용을 저해한다
는 분석을 바탕에 깔고 있다.

론 브라운 상무장관과 로버트 레츠 노동장관은 미국이 성공한 경험을
내세워 "노동시장을 자유경쟁에 맡겨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일부 단체가
임금결정을 좌우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유럽측은 미국식 접근법은 대량해고를 부추겨 "직업안정"을
해치고 임금인하를 조장한다며 반대했다.

독일의 귄터 렉스로트 경제장관은 이와관련, "미국처럼 서비스분야에 대한
고용을 확대하고 노동시장의 구조를 유연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고용과
해고를 손쉽게 할수 있는 방식은 유럽문화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담을 주재한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대통령은 미국식은 직업안정을
위협하고 유럽식은 대량실업을 유발한다며 "제3의 방식"을 택하자고 강조
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혼란만 야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동과 무역을 연계하자는 일부 국가의 주장도 입장 통일에 어려움을
겪었다.

프랑스와 미국은 "미성년자와 죄수등의 고용을 막아야 한다"며 국제노동
기준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으나 일본과 독일등은 "새로운 보호무역장벽으로
작용할수 있다"며 소극적 반론을 표명, 원칙 합의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이때문이다.

결국 이번 회담은 7개국정부가 실업난 해소에 그만큼 신경을 쏟고 있다는
일종의 시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동시에 선진국간 단결력 과시를 위해 노동과 무역을 연계하는 작업을
구체화할 경우 개도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게될 불씨를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