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은 앞으로 50년 후에 어떤 모습일까.

박정구신임회장이 이끄는 금호호는 어디로 갈 것인가.

6일 그룹 창립 50주년과 박정구회장의 취임을 동시에 맞은 금호그룹에
던져지는 궁금증들이다.

지난 46년 택시 두대로 사업을 시작해 작년 매출 4조원, 재계 17위로
급성장한 금호이기에 이 그룹의 향후 50년 행보에 세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의문에 대해 금호는 이날 발표한 "그룹 후반세기 경영비전"이란
청사진으로 대답하고 있다.

금호의 경영비전은 21세기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

금호는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 사업군의 형성과 글로벌 경영체제의 구축을
기치로 내걸었다.

우선 고부가가치 사업군 형성을 위해 금호는 정보통신과 생명과학등 첨단
산업 분야로의 진출을 적극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또 타이어 관광 항공 화학등 기존 사업을 고도화해 그룹의 사업군을
<>기반사업(정보통신 금융 유통) <>경험창조(관광 레저 고속 항공) <>물질
창조(화학 바이오 신소재 타이어) <>공간창조(엔지니어링 환경 우주 해양)
군으로 구축한다는게 금호의 생각이다.

글로벌 경영체제를 통해선 총매출의 75%를 해외에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해외 생산과 판매를 가속화 한다는 것.

구체적으론 국제 경영마인드를 갖추고 글로벌 전문인력과 지역별.사업별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범세계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금호의 후반세기 경영전략은 박정구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강력히
추진될 것이라는게 그룹 안팎의 전망이다.

지난 60년부터 경영에 참여해온 박회장의 경력이나 스타일이 이런 예측을
뒷받침한다.

박회장은 실제로 지난 81년 한해 적자가 50억원이 넘던 (주)금호 대표이사
를 맡아 불과 2년만에 매출 1천5백79억원, 순이익 1백20억원의 흑자기업으로
변신시키는 경영수완을 발휘했었다.

게다가 박회장은 공격적인 경영인으로 알려져 금호의 후반세기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금호의 후반세기 비전이 장미빛인 것 만은 아니다.

특히 이 그룹이 21세기 신규 진출분야로 지목한 정보통신의 경우 금호의
맘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어서다.

"생명과학은 몰라도 정보통신은 정부가 허가해줘야 할 수 있는 "관허사업"
인만큼 뜻대로 하기 어렵다"(박성용명예회장).

또 대표적 호남기업이란 뿌리깊은 이미지는 금호에게 "부담"이다.

최근들어 많이 불식되긴 했지만 "호남출신 아니면 금호에서 출세하기
어렵다"는 식의 인식은 글로벌 인력양성에 아무래도 한계로 작용하는게
사실이다.

그룹의 후반세기 출발을 책임지게 된 박신임회장이 이같은 숙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는 금호그룹의 미래 50년을 좌우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회장과 박성용명예회장은 6일 그룹창립 50주년 기념식장에서 어머니
이순정여사로부터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는 덕담이 새겨진 상아도장을
선물로 받아 화제.

두 사람에게 하나씩 전달된 상아도장에는 "공회형제 동기연지"란 글귀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낳은 형제간의 우애와 화목이
계속 이어지기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 도장증정은 형제간의 돈독한 우애를 당부하는 노모의 깊은 마음이
담겨 있다면서 그룹관계자들은 부러워하는 눈치.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