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현실과 상상 .. 최윤희 <현대방송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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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에 가서 카피라이팅 특강을 하고 나오는데 어떤 후배가 뒤쫓아오며
내게 물었다.
"나이가 들면 상상력이 고갈될텐데 과연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은 평생
가능한 것입니까"라고.
내 대답은 "물론"이었다.
샘물은 퍼낼수록 맑듯이 상상력 역시 나이가 들수록 다채로워지니 오히려
더 좋다고.
그렇다.
상상력이야말로 삶이라는 대지에 내리는 단비요, 들판에 불어오는 바람이며
눅눅한 일상에 퍼지는 향기다.
오랜 어둠의 세월을 보낸 솔제니친도 "상상력이 나를 살렸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감옥에 갇혀서도 땅만 보는 사람은 시멘트같은 한숨만 토해낼 뿐이지만
하늘을 보는 사람은 별을 바라보며 꿈을 품게 된다.
임금님 부럽지 않다며 유유자적하는 거지와 난 거지만큼 자유도 없어, 라고
한숨짓는 임금님이 있다면 과연 누가 더 행복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공상소설을 최초로 쓴 작가 쥘 베른은 "상상이라는 경이의 세계에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람만이 현실도 생기있게 살아갈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가 무수한 공상과 여행을 통해 예언했던 해저 2만리속의 잠수함이나
20세기의 파리에 등장하는 가스자동차와 모터, 팩시밀리는 오늘날 모두
현실이 되어있질 않은가.
상상은 더이상 비현실적인 몽상이 아니다.
대담성과 자유로움으로 힘차게 현실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러므로 상상은 강렬한 삶의 힘, 내면의 이벤트가 분명하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도 파리의 테제베로 상상하면 그것은 그순간 진실이
될수 있다.
거리에 들리는 자동차의 소음에서도 동해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어보라.
사당동의 판자촌을 거닐면서도 나는 파리의 몽마르트언덕을 상상한다.
그렇다고 현실감각이 전혀없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우리몸의 70%가 수분이어도 우리가 질척거리지 않고 살수 있듯이 우리혼의
70%가 상상력을 수반한 환상이어도 우리는 보송보송, 그리고 고슬고슬하게
현실을 살아갈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나는 여자들이 결혼하면 현실주의자가 되어버리는 것이
안타깝다.
요즘 한창 인기리에 방영중인 목욕탕집의 남자들,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목욕탕집의 여자들"에게 주목해보자.
현모양처의 모범답안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큰 며느리.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삶은 차압당하고 없다.
다만 엄마, 아내, 며느리일뿐.
그것에 비하면 둘째며느리는 얼마나 멋진가.
무뚝뚝한 남편은 노상 시를 읊어댄다고 그녀를 "타박"하지만 우리는
공평한 시선으로 그녀를 한번 바라보자.
겉으론 멀쩡한 은행지점장 부인.
그러나 사실은 영하 25도의 싸늘한 남편.
그녀는 시를 읊는 것으로 자신의 비극을 우아하게 승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또 즐겨쓰는 "챙이 넓은 모자"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자기방어용 무기일수도
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녀는 아마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시와 모자는 어찌보면 그녀가 가진 상상력의 소산이다.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상상의 세계는 필요하다.
문명론자들은 21세기는 여성 감성 사상이 중시되는 3F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제 꽃피는 4월, 봄이 되었다.
가슴창을 활짝 열고 현실을 훌쩍, 뛰어넘어 보자.
마치 장대높이 선수처럼!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7일자).
내게 물었다.
"나이가 들면 상상력이 고갈될텐데 과연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은 평생
가능한 것입니까"라고.
내 대답은 "물론"이었다.
샘물은 퍼낼수록 맑듯이 상상력 역시 나이가 들수록 다채로워지니 오히려
더 좋다고.
그렇다.
상상력이야말로 삶이라는 대지에 내리는 단비요, 들판에 불어오는 바람이며
눅눅한 일상에 퍼지는 향기다.
오랜 어둠의 세월을 보낸 솔제니친도 "상상력이 나를 살렸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감옥에 갇혀서도 땅만 보는 사람은 시멘트같은 한숨만 토해낼 뿐이지만
하늘을 보는 사람은 별을 바라보며 꿈을 품게 된다.
임금님 부럽지 않다며 유유자적하는 거지와 난 거지만큼 자유도 없어, 라고
한숨짓는 임금님이 있다면 과연 누가 더 행복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공상소설을 최초로 쓴 작가 쥘 베른은 "상상이라는 경이의 세계에 자유롭게
넘나드는 사람만이 현실도 생기있게 살아갈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가 무수한 공상과 여행을 통해 예언했던 해저 2만리속의 잠수함이나
20세기의 파리에 등장하는 가스자동차와 모터, 팩시밀리는 오늘날 모두
현실이 되어있질 않은가.
상상은 더이상 비현실적인 몽상이 아니다.
대담성과 자유로움으로 힘차게 현실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러므로 상상은 강렬한 삶의 힘, 내면의 이벤트가 분명하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도 파리의 테제베로 상상하면 그것은 그순간 진실이
될수 있다.
거리에 들리는 자동차의 소음에서도 동해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어보라.
사당동의 판자촌을 거닐면서도 나는 파리의 몽마르트언덕을 상상한다.
그렇다고 현실감각이 전혀없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우리몸의 70%가 수분이어도 우리가 질척거리지 않고 살수 있듯이 우리혼의
70%가 상상력을 수반한 환상이어도 우리는 보송보송, 그리고 고슬고슬하게
현실을 살아갈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나는 여자들이 결혼하면 현실주의자가 되어버리는 것이
안타깝다.
요즘 한창 인기리에 방영중인 목욕탕집의 남자들,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목욕탕집의 여자들"에게 주목해보자.
현모양처의 모범답안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큰 며느리.
어떻게 보면 자신의 삶은 차압당하고 없다.
다만 엄마, 아내, 며느리일뿐.
그것에 비하면 둘째며느리는 얼마나 멋진가.
무뚝뚝한 남편은 노상 시를 읊어댄다고 그녀를 "타박"하지만 우리는
공평한 시선으로 그녀를 한번 바라보자.
겉으론 멀쩡한 은행지점장 부인.
그러나 사실은 영하 25도의 싸늘한 남편.
그녀는 시를 읊는 것으로 자신의 비극을 우아하게 승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또 즐겨쓰는 "챙이 넓은 모자"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자기방어용 무기일수도
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녀는 아마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시와 모자는 어찌보면 그녀가 가진 상상력의 소산이다.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상상의 세계는 필요하다.
문명론자들은 21세기는 여성 감성 사상이 중시되는 3F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제 꽃피는 4월, 봄이 되었다.
가슴창을 활짝 열고 현실을 훌쩍, 뛰어넘어 보자.
마치 장대높이 선수처럼!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