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요즘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급락세를 보일 것으로 우려했던 경기가 예상보다 성공적인 연착육을
나타내고 있고, 총선을 앞두고 별다른 경제악재가 돌출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경제부처들과의 업무협조가 과거보다 원활하게 진행되고 경제수석실내의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진 점도 직원들이 여유를 갖게 해주는 요인들이다.

경제수석실이 이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는 구본영경제수석의 업무
스타일이 한몫을 하고 있다.

외유내강형의 구수석은 "화합과 조화"를 중시하는 합리주의자.

경제정책을 결정하는데 소리나지 않게 개입하는 스타일이다.

경제부처의 "팀플레이"를 강조하면서도 원칙에 있어서는 충실하다는게
주변의 평이다.

올들어 김영삼대통령과 재계총수들과의 회동을 주선, 정부와 재계와의
화합관계를 유도한 것이라든가 중소기업청신설, 공정거래위원장의 장관급
격상, 과학기술특별법제정지시, 경제장관회의의 분기별 정례화, 금융기관
임원선임시 외부청탁배격지시, 일부 금융기관장의 내부승진등은 구수석의
건의에 따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경제문제가 커다란 이슈로 등장하지 않은데에는 이러한
일련의 경제조치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수석 자신은 이러한 조치들을 "조용한 개혁"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내실있게 고쳐야할 것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고 경제
정책의 원칙을 세워 나가는 것이 바로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개혁이라는
것이다.

지난 6일로 청와대근무 1백일을 맞은 구수석이 앞으로 "조용한 개혁"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