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가협회 (회장 홍성유)의 기관지로 발행돼온 계간"한국소설"이
96년 봄호 (통권8호)부터 체제와 내용을 혁신하고 유가지로 전환돼
일반인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문학의 해를 맞아 소설문학의 부흥을 위해 새롭게 단장된 "한국소설"은
소설가 이문구씨가 편집위원장을 맡고 도서출판 "삼문"이 제작 판매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아울러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기업의 지원을 받아
고료를 200자원고지 1장당 5,000원으로 인상했다.

"한국소설"의 기획의도와 취지에 공감하고 광고료형식으로 지원에
나선 기업은 현대 쌍용 롯데 한화그룹과 포항제철 진로 성음미디아 등
10여곳.

이들은 앞으로도 기업문화활성화 차원에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봄호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문학의 세계체험" 특집.

해외를 무대로 한 소설들에 대해 한국문학의 영역확장이라는 긍정론과
소재빈곤을 노출시킨 여행기 수준이라는 비판론이 함께 담겨 있다.

문학평론가 김경수씨는 "외국,정치적 상상력의 우회공간"에서
"국외무대는 작가들이 자유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할수 있는 공간"
이라며 "해외여행소설은 우리의 현실을 초극하거나 다른 각도로
고찰하려는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면 정찬의 "슬픔의 노래"는 아우슈비츠와 한국의 광주를
대비시켜 우리의 비극을 보편적 인류문제로 형상화했다는 것.

그러나 문학평론가 문홍술씨는 "해외여행 소설이 나아갈 자리"를 통해
"국내배경으로 충분히 쓸수 있는 작품을 비싼 돈들여 해외로 나가 꾸며
오는 것은 외국서 먹은 "음식"을 국내에 배설하는 격"이라며 "이들은
한국소설의 질적 깊이및 폭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외여행소설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윤후명의 "하얀배"에서
찾고 있다.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동기와 민족의식의 확인이라는 목적이 효과적으로
배합된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이번호에는 또 해외작가의 문제작으로 앤비티의 단편 "주차장"과
레이먼드 카버의 "당신들은 왜 춤을 추나요"가 평론가 권택영씨의
번역으로 실려 있다.

편집위원장을 맡은 이문구씨는 최근 열린 출판기념 모임에서 "한국소설
문학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다는 각오로 제2창간에 나섰다"며 "여름호
에는 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단편소설 특집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소설 바로 세우기"에 앞장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