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창투사의 대형화로 투자재원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창업투자조합도
대형화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벤처캐피털시장을 양적으로 확대할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변화시키고 있다.

외국의 자본도 급격하게 유입되고 있어 창투업계의 판도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21세기 기술정보화시대를 선도할 벤처비즈니스가 국내산업구조 조정과
함께 본격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창업투자사의 총자본금은 6,422억원.

90년 4,032억원에 비해 2,004억원가량이 늘었으며 94년 5,430억원보다
600억원이 증가했다.

투자실적도 1조636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90년 2,698억원에 비해 4배가 신장된 수치이며 94년 7,020억원에
비해서도 3,6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투자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90년 924건에서 94년 1,599건, 95년 1,947건으로 10년사이에 30배가
증가됐다.

벽산창투가 한일창투를 인수, 자본금을 100억원으로 늘렸고
우신개발금융도 신한창투를 합병, 자본금을 150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업체들간 매수합병을 통한 대형화도 활발히 진행되고있다.

창업투자조합도 엄청난 변화를 겪고있다.

외국인 출자자가 늘고 출자금규모도 대형화되고 있다.

투자조합의 평균 출자금규모가 91년 50억원이었던 것이 93년 319억원,
94년 1,440억원으로 신장됐으며 지난해에는 3,359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조합수는 91년에 30개에서 95년말에는 66개사로 두배나 증가됐다.

올해들어서도 투자조합은 계속 늘어 신원3호벤처조합, 동양4호 창투조합,
신보5호 창투조합이 연이어 설립되고있다.

특히 이들 조합에는 외국인출자자들이 대거 참여하고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창투업계가 겪고 있는 또 하나의 변화는 대기업의 참여다.

지난해말 정부가 10대그룹가운데 공정거래법상 소유분산이 잘된
대기업에 대해 창업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면서 올해들어 처음으로
대우전자창업투자사가 출범,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자본금 300억원규모의 대우전자창업투자사는 대우전자의 협력업체들을
중심으로 기술은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설립을 계기로 앞으로 대기업의 적극적인 창업투자참여로
벤처업계의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벤처업계의 이같은 변화는 금융시장과 정책변화에 힘입고 있다.

시중 실세금리의 저금리추세가 지속되면서 금융기관이 신규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차원에서 창업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외환자유화의
가속화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또 주식장외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벤처캐피털을 통한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메리트가 부각되고 있고 창업지원관련법을 개정,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
정책변화가 한몫을 하고 있다.

창투업계 스스로 첨단 하이테크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 영상분야 등
새로운 영역에 성공하는등 투자영역을 다변화한데에도 기인하고 있다.

창투업계는 벤처캐피털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2000년대에는 10조원
이상의 거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거대시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창업투자업계 스스로도 변해야
하고 정책 또한 바뀌어야 한다.

창투사들이 지금과 같이 창업기업의 자금지원보다 이윤이 높은
자금융자에 치중, 본연의 업무에 소홀하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

창투업계는 유망 벤처기업의 자본에 참여하는 직접 투자를 크게
늘려야 한다.

정부 또한 창업지원법 신기술금융법 한국종합기술금융법으로 3원화되어
있는 벤처 산업에 대한 법률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또 투자조합에 대한 규제도 과감히 풀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벤처업은 제조업과 함께 커가야 되는 산업으로
정부의 규제나 지시에 의해서는 투자의 효율성이 제고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벤처캐피털은 "위험이 있는 곳에 이익이 있다"는 논리에 의해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