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양종합시장의 최동수사장은 재래시장인 자양시장을 쾌적한 현대식
상가로 바꾸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입점상인과 지주들이 3년정도 걸리는 공사기간동안 다른 곳에서 영업할수
있도록 이주비를 달라는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그만한 돈이 없었고 시공을 맡은 신원종합건설에서 돈을 빌리는
데도 실패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73명의 지주중 80%가 재건축을 지지했으나 이주비를
주지 못하게 되자 60%대로 지지율이 떨어졌다.

최사장은 "상가건물이 워낙 낡은데다 90년대 들어 매출이 계속 떨어져
재건축을 통해 상가를 활성화하려 했다"며 "이주비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재건축은 당분간 어렵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0월 재건축공사를 시작한 서울 중곡동 면곡시장의 전두렬사장도
자금부족문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다.

혼자 끙끙 앓던 그가 찾아간 곳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시장재건축
전략세미나.

정부의 재건축자금지원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다.

전사장은 "자금지원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행동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아 시장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며 "이러다가 정부의 지원방안이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재래시장 재건축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처럼 재건축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주가 수십명 이상일 경우에는 은행에서 대출받는데 담보를 설정하기조차
힘들다.

건설회사가 건축비를 대고 시장측은 완공후 분양대금으로 이를 갚는 것이
일반적인 자금조달방식이긴 하나 위험부담이 크다.

분양이 제대로 안돼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상가가 고스란히 건설회사로
넘어가게 된다.

실제로 10여년전 서울 신창시장이 S건설과 협력, 시장을 재건축했으나
이같은 문제로 상가를 S건설에 넘겨준 예가 있다.

자금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많게는 수백명에 이르는 지주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시장재건축은 불가능하다.

지난 94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한 남대문 본동상가의 경우 지주수가
2백50여명.

이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절충하는 데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을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재건축에 필요한 토지 및
건물소유자의 동의율을 80%에서 최근 60%로 완화했다.

한국시장협의회 최규익차장은 그러나 "재건축을 반대하는 지주들이
집단민원을 제기할 경우 현실적으로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며 지원책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세 등으로 입점해있는 상인들이 권리금을 잃게될 것을 우려해 재건축에
반발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서울 동대문 을육스포츠상가 입점상인들이 보상금규모를 놓고
사업시행자인 덕수흥업과 싸움을 벌여 몇개월동안 재건축이 지연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남대문 본동상가 재건축을 맡고 있는 삼성건설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사업
초기인 남대문시장의 경우 지주들로부터 동의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러나 재건축공사에 들어가면 입점상인 보상문제가 최대난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재건축사업이 순탄하게 이뤄지는 경우도 있긴 하다.

동대문시장의 경우 거평도매센터 두산타워등 대형상가가 들어서면서
급속히 현대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교부지와 같은 여유공간이 많은 동대문지역은 재건축사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래시장들은 동대문시장과는 달리 수많은 지주와
입점상인들이 직접 재건축해야 하는 처지다.

이들이 서로 다른 입장차를 극복하고 공동이익을 찾아내야 재래시장
현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장규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