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영 < 미하워드대 교수/경제학 >

금년들어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동시에 원화가 절상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이상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으나, 변동환율제도하에서 자본
거래가 자유화되면 경상수지 적자확대와 환율절상이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리수준은 명목면에서나 실질면에서 국제금리 수준보다
높다.

자본시장을 부분적으로 개방한 여건하에서 국내외 금리차로 해외로부터
원화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면 해외자본이 유입되어 원화환율이 절상되게
된다.

국내금리가 국제금리보다 높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국내저축액을 초과한
투자수요를 해외저축의 도입, 즉 경상수지의 적자에 의하여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환율절상과 경상수지 적자의 동시적 진행은 국내금리가
국제금리보다 높은 결과로부터 야기되는 현상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내금리를 국제금리수준으로 저하시켜야 한다.

최근 나웅배부총리가 금리인하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일단 정부가
금리인하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서 금리가 자유화된 상태에서 국내금리를 국제금리 수준으로 하락시킬
수 있는 정상적인 정책수단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실질경제성장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국내금리를 낮은 수준에서
정착되도록 유도할수 있는 거시경제정책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요약해서 답하면 팽창적 금융정책과 긴축적 재정정책의 혼합적
실행이다.

팽창적 금융정책은 금리수준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적절한 재정
정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이 효과는 일시적이며 인플레이션 기대효과를 통해
금리가 또 다시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현재 논의하고 있는 지준률의 인하나 환율을 유지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조작은 통화증가 팽창에 의한 금리의 일시적 인하효과밖에 기대할수 없다.

금리를 낮은 수준에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팽창적 금융정책의 결과로 인한
인플레 압력을 제거하고 금리하락에 따른 투자수요증가를 충족시켜 줄수
있는 국내저축의 증가가 필요하다.

국내저축증대를 유도할수 있는 긴축재정정책이 수반될 때 금리의 지속적
인하가 가능한 것이다.

미연준(FRB)이 금리인하를 요청한 정치권에 대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축소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 금융정책기조를 완화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팽창적 금융정책과 긴축적 재정정책을 장기적으로 일관성있게 실행함과
동시에 금융부분에서 금리하락을 유도할수 있는 몇가지 미시적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대출금리의 인위적 인하는 없어야 하겠다.

현재에도 대출부문에서는 상당한 규제가 잔존하고 있는 반면 예금부문
에서는 거의 완전히 자유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예금부문에서는 경쟁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대출부문에서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예금부문에서 경쟁이 격화된 결과 은행의 예금조달 코스트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경향이다.

반면 현행 대출금리 체계는 과거 규제제도하에서 형성된 것으로 리스크
프레이엄 등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출금리의 인하는 중소기업 금융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은행제도의 안전성도 크게 저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예금금리의 상승을 억제하거나 인하하는
대신 대출부문에 대한 자유화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대출금리의 자유화 직후 일부 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금리
체계의 정상화 과정인 만큼 용인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대출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금리가 하향하는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예금금리의 하락은 인플레의 진정에 의하지 않을수 없다.

따라서 앞에 지적한 재정의 긴축적 운용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둘째 우리 은행의 금융중계비용(예대마진)은 4~5%에 달해 일본의 은행
(1~2%수준)에 비해 턱없이 높고 미국의 지방은행과 비슷한 실정이다.

따라서 예대마진의 축소를 통해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은행경영의
효율화를 기하여야 하겠다.

이같은 수단을 강구하기 위해서도 금융자율화가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은행에 부과된 각종 행정적 업무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검토가
있어야 하겠다.

현재 우리나라 은행들은 조세공과금의 수납과 주민등록 등초본의 발급 등
도저히 금융유관업무로는 보여지지 않는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업무로부터 은행들이 얼마만큼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인력이 많이 요구되는 반면 은행고유업무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유시장이 국제화되면서 경쟁이 격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 효율적
부문을 축소해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업무들의 추가적으로 은행에
요구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 하겠다.

셋째 회사채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금리인하의 한 방법이 될수 있다.

직접금융시장인 회사채 시장은 쉽게 얘기해서 자금공급자와 자금수요자간의
직접적 자금거래를 통해 간접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중계비용을 회피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국 "통상적인 예금금리 < 시장금리 < 대출금리"의 체계에서 시장금리에
의한 회사채 발행은 자금조달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은행을 통한 차입보다
금리면에서 메리트를 얻을수 있는 것이다.

다만 회사채 시장을 이용할수 있는 기업은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에 국한
된다는 단점이 있으나 회사채 시장의 발달로 대기업이 은행의존도를 낮추게
되면 대출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강화되고 그 결과 은행의 대출금리는 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최근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와 환율절상의 이율배반적 현상을
해결하는데는 금리의 하향안정화가 긴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위적 금리인하보다는 거시경제의 안정적 기반과 아울러 미시적
조정이 있어야 하겠다.

우선 단기적으로 통화공급을 확대하여 금리안정을 유도하는 반면 재정쪽
에서 긴축기조를 유지하여 인플레 기대를 불식하는등 거시정책변수의 적절한
조합이 절실히 요청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