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에겐 기회의 평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회조차 주지 않고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느니, 책임감이 없다느니 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금융노련) 김영주 여성.복지국장(41)은 여성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업무능력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고 강조한다.

"여성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주고 동일한 업무를 맡긴다면 결코 남성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연수를 받은 여성들의 연수성적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그녀는 정작 유능한 여성들이 직장에서 올바른 대접을 받지 못하고 각종
연수나 교육프로그램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밝힌다.

더구나 이같은 불평등의 근거가 여성은 근속연수가 짧다거나 중요한 일을
처리하기 힘들다는 "편견"일 때 문제는 더욱 크다고 말한다.

김씨는 모은행에서 외국증권 관리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후배 행원의
예를 들었다.

"집에서도 받을 수 있는 통신연수를 빼고는 연수교육을 받을 엄두도 내지
못해요.

보내 달라고 얘기해 봤자 받아들여지지 않을게 뻔하니까요"

"가뜩이나 일손도 딸리는데"라며 웃사람으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이나
받는다는 것.

"토플 토익등 모든 자격시험을 거쳤지만 같은 업무를 맡은 후배 남자
직원들에게 밀려 외국은행 연수기회는 4년째 주어지지 않고 있답니다.

연수원 연수도 제대로 못받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녀는 여성인력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여성은 단순한 업무에나 적합하다"는 고용주의 편견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고용주의 입장이라면 동등한 능력의 남녀중 누굴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씨는 "그런 질문이 나오지 않는 사회가 선진사회"라며 "이를
위해선 여성 자신도 확고한 직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대답을 대신했다.

< 김주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