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끝났다.

경제정책기조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열풍 속에서 민심이 흐트러져 있고 전반적인 경기는 하강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마인드도 주저앉아 있다.

총선폐막과 함께 앞으로 정부가 풀어가야 할 과제들을 점검해 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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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상으로 나타난 우리 경제의 외양만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성장률이 둔화되긴 하지만 그 정도면 괜찮고 물가도 안정돼 있다.

2월까지 걱정꺼리 였던 국제수지 적자도 3월들면서 크게 개선됐다.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잇달아 경신하는 정도다.

얼핏보다 크게 손볼데가 없어 보일 정도다.

하지만 속을 들추어 보면 그렇지 않다.

내려앉는 경기를 재정지출로 버텨주고 있는게 지금의 모습이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계획은 단순히 "증가세 둔화"정도를 넘어 제자리 걸음에
그치고 있다.

행정력으로 붙잡아 놓은 물가는 터질 곳을 찾아 다니고 있다.

느닷없이 남북관계까지 긴장이 고조돼 그렇지 않아도 썰렁한 분위기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20당 10락"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량으로 풀린 선거자금이 물가와
부동산 값을 부추기는등 선거의 후유증이 한꺼번에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따라서 "앞으로의 경제운용은 정치논리보다 경제논리를
중시하는등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게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장 정책당국이 중점을 둬야할 과제로 <>물가오름세 진정 <>세부담의
형평성 제고등 민생문제의 해결 <>실효성있는 규제완화 <>경기급강하방지
<>개방.국제화 추세를 반영한 제도개선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 선거운동과정에서 이완된 분위기가 내년 대통령선거까지 이어지면서
선심성 정책이 남발하고 정치논리가 기승을 부리는 일이 없도록 여야 모두
국민경제를 우선 생각하는 국정운영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재 거시지표는 안정되어 있으나 물가와 설비투자부문
에서는 불안감이 높다"며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기업들의 경영의욕을 북돋우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를위해선 경제정책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 시장자율기능을 높이고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 정치논리로 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함께 총선이전에 정치논리에 밀려 쏟아부은 각종 선심성 대책의
후유증을 최소화 해야할 것으로 지적된다.

재정논리를 무시한채 정치권의 입김에 휘말려 내놓은 각종 세금감면조치,
그린벨트 해제약속등 무분별한 개발공약, 선거를 의식해 내놓은 각종
인위적인 증시부양대책등은 냉정한 자세에서 되돌아 보아야 한다.

이와함께 그동안 선거를 이유로 미루었던 경제현안을 가능한 빠른 시일내
마무리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구 위천공단 건설이나 호남고속도로 노선결정, 영광원전 5.6호기 건설등
정치논리에 얽매여 제대로 결정하지 못했던 사업들을 경제논리에 입각해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예상외로 다수의석을 차지한 집권당이 여론몰이식으로 무리한 개혁
조치를 밀어부칠 가능성이 있다는 대목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그간의 개혁조치가 높이 평가된 것으로 판단, 공연히 대기업등을 조일수
있다는 것이다.

총선이 끝났지만 내년말 내통령선거를 치르게 되어 있어 경제정책은
아무래도 정치권의 입김을 벗어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자칫하면 여야가 경쟁적으로 경제를 정치에 이용할 우려도 크다.

경제가 저성장 구도로 가고 시장개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경제정책마저
비틀거릴 경우 그 결과는 뻔하다.

경제계의 우려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정치권의 구도변화에 관계없이 여야 각 정당들이 책임있는 정책
실현에 노력하고 정부도 정치권의 풍향에 흔들리지 않고 각종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게 경제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총선이후의
과제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