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총선이 치러진 11일 투표가 끝난 오후 6시부터 많은 시민들은
TV앞에 앉아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새로 전개될 정국의 변화를 점치는
모습들이었다.

이날 개표에 앞서 주요 방송사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한국당의 압승을 전망하자 많은 시민들은 의외의 결과라고 반신반의
하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특히 여론조사결과 당선이 점쳐졌던 많은 후보들이 실제 개표에서
뒤집히자 각 후보진영에는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이날 개표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자정을 넘기면서 당락이
확정되자 당선자들은 지역구 곳곳에 "당선 사례" 벽보를 붙이면서
새로운 결의를 다졌고 선거사무실에서는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며
즉석 자축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이날 오후 6시 투표마감에 이은 방송사들의 투표자조사결과
발표와 7시쯤 개표소에 도착한 순서대로 투표함 개봉이 시작되자
TV앞에 속속모여들어 개표현황을 지켜보느라 아파트단지마다 불이
꺼지지 않았다.

또 서울역 대합실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지에서 승객들이 TV수상기
앞에 모여들어 개표결과 승부가 가려질때마다 탄성과 환성을 질렀다.

반면 서울의 경우 강남구 테헤란로의 유흥업소 밀집지역과 시내
중심가는 날이 어두워지면서 한적한 정적에 싸였다.

유권자들은 특히 자신의 투표구는 물론 종로 강남갑 등 막판까지
혼전을 보인 격전지의 개표 상황에 촉각을 곧우세우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도 각 정파가 지방색을 등에 업고 특정지역에서
몰표를 얻는 상황에 혀를 찼으며 향후 정계개편방향 등에 관해
가족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각 후보진영에서는 개푯에 워키토키 휴대폰 카메라 망원경 등을
들고나와 개표 현황을 지켜보면서 선거사무실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가슴을 졸였다.

공선협과 경실련 등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여온 사회단체 소속회원들과
대학생들은 각 개표소마다 관람인으로 참석, 개표 진행 상황을 마지막
까지 감시했으며 교사 공무원 드응로 구성된 개표종사자들도 신중하게
개표를 진행해 나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