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곧 "돈"이다.

적어도 일반인들의 인식은 그렇다.

선거철엔 으레 돈이 많이 풀리고 돈은 소비산업으로 유입돼 선거관련
산업이 흥청거리게되며 이는 곧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는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것이 일반인들이 느끼는 선거와 경제의 비례함수다.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20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10억원을 사용하면 떨어진다는 "20당10락"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총선출마자 1천3백85명이 사용한 돈은 줄잡아 1조원이 훨씬 넘을
것이라는게 금융계의 추산이다.

그러나 지표상으론 선거자금이 대거 유출됐다는 징후는 어디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총통화(M2)증가율은 선거날이 다가올수록 낮아져 1.4분기 14.0%에서 이달
5일까지는 13%대후반으로 떨어졌다.

지난3월엔 2천3백51억원의 총통화가 감소했다.

선거의 "실탄"으로 얘기되는 현금통화도 감소세를 지속했다.

지난달 5천2백28억원 감소했던 현금통화는 이달들어 5일까지 2천4백
49억원이 또 줄었다.

올들어서는 무려 1조8천6백억원 감소했다.

화폐발행액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처럼 체감과 지표간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장롱속 금고론"이 꼽힌다.

총선출마자 상당수가 미리 확보해둔 현금을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2월 설직전 10일간 풀린 현금은 4조1천5백77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5천억원가량 많았다.

이중 설후 10일동안 환수된 돈은 3조2천6백83억원에 불과하다.

1조원가량이 대기성자금으로 장롱속에 있다가 선거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란
추측이다.

지표상의 한계도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신탁 등 제2금융권에 들어와 있던 돈이 선거자금으로 사용되면 M2등
지표상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지난달 시중자금이 단기부동화현상을 보인 것도 선거자금과 무관치
않으리란 분석이다.

이밖에 한층 강화된 선거법으로 인해 선거자금이 상당부분 "외상처리"
됐다는 점도 한 이유로 얘기된다.

또 공명선거분위기로 자금수요가 많이 줄었으며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선거자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졌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선거후다.

선거자금규모에 관계없이 선거로 풀린 돈은 속성상 물가를 자극할게
분명하다.

그러면 "선거후 인위적인 통화환수는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온 한은이
은밀한 통화환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지난92년 대선과 지난해 지자제선거 이후 M2증가율은 급격히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통화환수는 곧 금리상승으로 이어질게 뻔하다.

얼굴없는 "선거자금"이 모처럼 선순환기에 들어선 자금시장에 복병으로
작용할지 두고볼 일이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