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예상되는 경제정책의 방향은 한마디로 ''안정기조속의 개혁가속화''
로 요약될 수 있다.

전반적인 경기의 흐름이 연착륙으로 가도록 하면서 내적으로는 개혁조치
보완과 규제완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게 골자다.

신한국당이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정치적인 안정기반이 구축됐다고
보고 구조조정노력을 힘있게 추진한다는게 경제팀의 구상이다.

총선전에 나돌던 경제팀 경질설도 ''설''로 끝날 공산이 커 정부의 생각은
더더욱 힘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기도 하다.

총선결과가 확정된 12일 나웅배부총리겸재정경제원장관이 "그동안 추진해
왔던 경제안정기조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구조를 선진국형으로 바꾸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점도 이같은 구상을 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장/물가/국제수지의 지표가 그런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하는 개혁쪽에 우선적으로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경제개혁은 금융.부동산 실명제등 현실 경제의 틀을 바꾸는 혁신적인
것 보다는 과감한 규제완화등 현 경제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고비용 저효율"구조 타파등을 위한 각종 규제완화와 제도
보완이 골간을 이룰 것이란 지적이다.

이환균재경원차관은 "이를위해 금융권의 제도정비와 세제보완 SOC(사회간접
자본)투자등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할 금융제도개혁은 크게 두가지 방향이다.

우선 금리의 하향안정화.이달안에 은행신탁제도를 개선하고 은행들의 지급
준비율을 낮추는등 발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다.

또 올해안에 금융산업개편도 마무리한다는 생각이다.

투금 종금 리스 팩토링등의 구분을 없애는등 제2금융권의 업무영역 허물기
가 골자가 될 것이다.

금융실명제의 보완작업중 하나인 대금업제도도 어떤 형태로든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세제부문도 적지않은 개혁이 예고되고 있다.

재경원 세제관계자들은 "올해 세제개혁의 촛점은 상속.증여세등 재산세제의
골격을 다시 잡는 것"이라며 "사회정의차원에서 세금없는 부의 상속을
철저히 차단하는 세제를 말들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핫 이슈로 부각됐던 근로소득세와 법인세 인하작업도 동시에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외환부문의 과감한
개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률서비스 언론 에너지업종등의 일부 추가개방은 물론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를 막는 각종 규제도 상당정도 철폐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경쟁력 확보차원에서 SOC투자에도 큰 비중이 두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종도국제공항등은 한번 투자시기를 놓치면 경쟁국들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란게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영종도국제공항을 포함한 대규모 SOC사업들이 조기착공될 전망이다.

재계는 그러나 정부의 경제개혁이 자칫 대기업들을 조이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총선에서 얻은 힘을 바탕으로 개혁을 명분으로 한 ''대기업 두들기기''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나 중소기업지원 등의 시책을 대기업과 연계시키면서 대기업의
목을 조르는 쪽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내년은 정치논리가 기승을 부리는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라는 점에서
더욱 걱정을 한다.

정부정책이 일관성을 갖고 시장원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자꾸만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