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균 < 인제대 교수/무역학 >

최근 국내외적으로 기업의 윤리가 더없이 강조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지난 3월 미키 캔터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아시아
등지에서 심각한 비관세장벽으로 부상한 국제거래의 부패관행 척결을 위해
필요할 경우 미 통상법 301조를 보강할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어서 이달초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상업회의소(ICC)는 기업활동과 관련
하여 국제공사 입찰시 뇌물을 주고 받는 행위와 같은 기업의 부패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국제지침을 강화시켰다.

따라서 국제적으로는 국제무역에 환경을 연계시키려는 그린 라운드, 노동
조건을 연계시키려는 블루 라운드, 공정한 경쟁조건을 연계시키려는 경쟁
라운드등과 함께 부패관행을 국제무역에 연계시키고자 하는 부패라운드도
멀지 않아 거론될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부패관행은 세계적 수준에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 조성을 통한 정경유착,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등의
대형 부실공사로 인한 붕괴는 기업의 대표적인 부패관행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기업의 부패관행은 단순한 도덕적 윤리적 차원의 비난에 그치지 않고
국경이 없는 무한경쟁의 정보화 사회에서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심각한 암적 요소가 될수도 있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한푼의 돈도 받지 않는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우리는 들어왔고,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기도 했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도 우리 헌정사에 큰 자랑으로 생각할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 제1부속 실장의 기업으로부터의 뇌물수수는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 것인가.

물론 개인적 비리의 문제로 한정하고 싶지만 정경유착의 밀착된 고리가
아직도 상존하고 있다는 비극적인 사실 그 자체가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

최근 일부 기업들의 윤리강령 선언,정치인들의 정치자금법 준수 선언,
정부의 수백건에 달하는 각종 기업관련 규제 완화 조치 등으로 정경유착의
부패관행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며
뇌물관행의 책임이 어느쪽에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도 별 실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다 잘 알고 있다.

부패의 관행은 기업과 정치인, 기업과 정부, 기업과 기업, 기업과 개인간에
이루어질수 있으며 국경을 넘어 글로벌 시장 환경하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제 기업의 부패관행은 국내적인 관심사일뿐 아니라 국제적 관심사에
이르기까지 되었다.

지금은 시대적으로 기업의 정직경영이 국내외적으로 한층 더 요구되는
때이며 우리기업들의 정직경영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과감한 조치와 기업
환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로, 기업의 부패관행 근절을 위한 국내지침을 마련하고 기업의 부패
관행 근절방지를 위한 특별 전담기구를 설치하는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

둘째로, 기업 부패관행의 원인 제공이 되는 정부의 각종 인허가 규제를
과감하게 자율화 시키자.

최근 정부가 과감한 규제 완화조치를 시도하였다고는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자율화는 아직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하겠다.

셋째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시키고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수 있는 중소기업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자.

존 나이스비트 박사가 우리나라의 기업구조를 톱 헤비(Top Heavy)라고
지적한 것처럼 우리나라 10대 대기업 그룹이 우리나라 경제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력 집중 현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하청거래에 있어서
불공정 거래를 유발하고 정직경영의 관행 정착을 저해하고 있다.

끝으로 기업인들의 정직하고 투명한 기업 경영관이 정립되어야 하겠다.

몇해전 미국의 다국적 기업 모토로라사는 남미의 어느 국가에서, 연간
자사매출액의 약 5%에 해당하는 대규모의 수주를 포기하면서까지 그 나라의
리베이트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였다고 한다.

우리기업들도, 금융실명제와 부동산 실명제가 자원배분의 왜곡을 시정하고
사회정의실현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인정하고, 정직
경영을 위한 외생적 기업환경 변수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기업의 최대 목표가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고객만족의
극대화에 있다는 것을 재인식하고 정직경영을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