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기술직사원을 모집했던 미래산업의 정문술사장은 흐뭇했다.

7명 모집에 600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기 때문이다.

100대 1이 넘는 경쟁률도 심심찮게 나오는 판에 86대 1의 경쟁률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그것도 천안에 있는 지방기업에 전기 전자 기계 제어
컴퓨터등 잘나가는 학과의 대학.대학원 졸업자들이 대거 몰렸다는 것은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

유능한 졸업자들이 중소기업의 장점을 눈치챈 것이다.

유망 중소기업에 고학력자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앞으로 자기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것과 다양한 업무를 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중 알짜기업들은 국내의 내로라하는 굴지의 대기업보다 봉급과
보너스등 임금은 물론 각종 혜택을 더 많이 주고 있다.

미래산업만 해도 봉급체계가 "삼성기술원 플러스 알파"로 돼있다.

삼성기술원은 국내기업중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는 삼성그룹내에서도 최고의
예우를 받는 곳이다.

반도체검사장비를 만드는 미래산업은 해마다 수십억원의 이익을 낼 정도로
수익성이 좋은 데다 정사장의 경영모토가 "최고의 대우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어서 대우에는 전혀 인색하지 않다.

게다가 주택자금을 보조해주며 연구비와 회식비도 마음대로 갖다 쓰고
사후보고만 하면 되는등 연구개발분위기를 최대한 조성해 주고 있다.

국내 자동세차기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한림기계도 비슷하다.

이 회사의 입사 5년차 과장급 월급은 120만원선에 이른다.

게다가 과장급 이상 전원에겐 프라이드나 르망급 자가용을 준다.

이 회사는 지난해 공장을 서울 독산동에서 시화공단으로 이전했지만
이직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일본 라스코사와 합작법인으로 수원에서 반도체주변기기및 온.습도
컨트롤러를 만드는 코삼의 대졸초임은 남자 90만원 여자 85만원으로 웬만한
대기업보다 높다.

전문대를 졸업한 남자는 83만원 여자는 80만원을 받는다.

상여금도 기본 600%에 경영성과에 따라 100%가 특별 가산된다.

역시 반도체 제조장치업체인 성남의 동경엘렉트론코리아는 대졸초임 92만
6,000원에 상여금이 600%이며 여기에 성과급이 별도로 지급된다.

일반중소기업의 평균 월급은 대기업의 70%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각종 복지혜택도 대기업보다 뒤진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은 직원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취업자들
도 대기업을 선호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기 전자 통신 정밀화학 자동화설비등 첨단분야의 중소기업들은
파격적인 대우를 통해 인력을 충원하는데다 발전가능성도 커 선망의 대상
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업체에 근무함으로써 높은 임금뿐 아니라 해외연수와 빠른 승진 등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다.

폭넓은 식견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에게도 발전의 기회를 넓혀준다.

동경엘렉트론코리아의 경우 외국어 집중교육과 해외기술연수 직능별교육
등 각종 연수및 교육혜택을 부여한다.

안경업체인 서전은 전직원에게 해외연수를 시킨다는 목표로 연차적으로
일본에 연수를 보내 이미 100여명을 연수시켰다.

특수목업체인 인천 남동공단의 영림목재 근무자들은 입사 1~2년안에 중국
미국 캐나다 등 적어도 몇개국은 출장을 다녀온다.

해외출장이나 연수가 요즘 많이 확산되고 있다 해도 대기업의 관리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해외에 나갈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중소기업 근무자들,특히 무역이나 기술 신제품개발부서등에 근무
하면 해외연수나 출장기회가 훨씬 많아져 그만큼 견문을 넓히게 된다.

기협중앙회 한기윤경제조사부장은 "대기업에 입사해 일개부품으로 전락하는
것보다는 유망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젊은이로서의 웅지를 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