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락 < 아주대학교 의무부총장/의료원장 >

근래에 좋은 병원의 기준이 시설과 서비스 등 외적인 면만을 고려해서
판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국내 대부분의 병원이 각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친절서비스와
첨단의료장비, 최신시설등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자 하는데 그 어느 때보다
열심이고 일반인들도 이러한 정보에 따라 병원을 판단하기도 하고 선택하는
모양이다.

물론 알릴 것이 많은 병원이 훌륭한 병원임에는 틀림없고 이런 활동을
통해서라도 병원이 조금씩 변화해 간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의사 입장에서 생각해 볼때 좋은 병원이란 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돌봄으로써 환자에게 의술에 대한 믿음을
주는 병원이다.

그래서 환자및 보호자를 위한 편의시설과 친절서비스, 고가의 의료장비등
외적인 요소는 치료를 위한 의사와 환자간의 믿음 다음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얼마전 우리 병원 간호사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환자에 대한
퇴원후 관리소식을 듣고 매우 흐뭇해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전화를 이용한 원격간호로 산부인과에서 정상분만한
산모에 대해서 퇴원후 예후를 전화로 물어보고 조언을 해줌으로써 가벼운
증상으로 병원을 다시 찾는 번거로움을 해결해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외과 각 병동에서도 수술환자의 퇴원후 예후를 관리함으로써 환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해 주고 있다.

환자와 방문객을 가장 많이 접하는 원무과의 경우도 직원에게 일방적인
주입식의 친절교육은 한계가 있다는 결정을 내리고 해당 부서의 직원들을
직접 호텔등을 방문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받은 서비스의 장점과 단점을 조사하게 한후 직원들간
분임토의를 실시, 친절에 대한 각자의 실천사항을 직접 선정하게 했다.

환자를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크게 바뀌었음은 물론이다.

최근 의료계내에서는 "권위주의를 탈피하자" "스스로 변해야 한다"등의
개혁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의 문제점을 자체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려 한다는 점에서 높이
살 일이다.

문제는 환자의 권리를 회복시키는데 병원이 몸을 낮춰야 한다는 것,
병원이 환자를 기억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수시로 던져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