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서한국중공업사장이 컴퓨터세계에 흠뻑 빠져든 것은 "절대필요"에
의해서였다.
박사장이 공직생활을 끝내고 한중사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잠시 야인으로
지내던 작년말.
그는 경북대학교로부터 교수제의를 받았다.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인 박사장은 강의준비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님을
금방 깨달았다.
비서나 부하직원들이 준비해온 각종 자료나 통계를 직접 찾아야 하고
강의자료도 워드프로세스로 혼자 만들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고민에 빠진 박사장은 펜티엄급 삼성노트북과 휴렛패커드의 컬러프린터및
스캐너등을 구입하고 역삼동 삼성전자교육센터를 찾았다.
컴퓨터기본교육 2주일을 받은후 삼성의 소프트웨어인 훈민정음을 2주일간
배우고 나서 컴퓨터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곧바로 인터넷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관세무역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라는 제목의 강의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남의 도움없이 마련하기 위해선 인터넷활용이 필수적이어서다.
유니텔 나우누리를 통한 인터넷접속이 수요과대로 여의치 않자 중소인터넷
전문업체인 NEXTEL로 바꿨다.
또 집에 통신전용전화선도 가설했다.
전송속도를 높이기 위해 1만4천4백BPS를 2만8천8백BPS로 조정했다.
인터넷을 이용해 강의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도표작성 그림그리기기술등도
날로 향상됐다.
인터넷에 들어있는 미국의 백악관 무역대표부 국무성 상무성은 물론 세계
은행 국제통화기금 경제협력개발기구등 주요한 국제기구의 홈페이지는 아예
단축키로 만들어 놓고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다.
요즘도 시사일간지 USA TODAY지를 통해 주요뉴스를 듣는다.
인터넷정보사냥이 너무 재미있어 새벽 3-5시 까지 노트북를 두드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컴퓨터는 저의 가장 훌륭한 비서입니다. 경조사봉투를 쓰거나 아는
사람들의 명단관리도 컴퓨터를 통해 제손으로 척척 해결할수 있습니다.
컴퓨터로 쓴 부의봉투가 아주 깨끗해 마음에 들더군요"
박차관은 미뉴욕주립대학 3학년에 재학중인 아들 찬훈군과는 E-MAIL로
소식을 주고받을 정도다.
한중사장이 되는 바람에 경북대강의를 못하게 된 박사장은 컴퓨터의
중요성을 인식, 한중의 정보화에 새바람에 불어넣을 예정이다.
한중은 오는 98년 1월 가동을 목표로 사내전산망을 대대적으로 확충,
정보화를 혁신시킬 계획을 추진해 왔으나 비용이(4백30억원) 너무 많이
들어 주춤하고 있는 상태였다.
일부에서는 그 계획을 연기하자고 주장했다.
박사장은 그러나 지금당장 자금부담이 되더라도 정보화없이 생산성향상을
꾀할수 없다는 판단아래 당초 계획을 밀어부칠 방침이다.
창원공장과 서울사무소를 왔다갔다 하는 박차관 손엔 항상 애인처럼
노트북이 들려 있다.
그는 "한중의 경쟁상대인 제너럴일렉트릭 알스톰 히타치 미쓰비시 ABB등의
각종 경영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연구중"이라며 컴퓨터는 "또다른 세상"
이라고 말했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