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돼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던 조각가 최예희씨(34)가 24일까지 서울
동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재불 한국 청년 작가전" 참가를 위해
귀국했다.
"다양한 재료와 소재로 자유롭고도 폭넓은 작품세계를 펼칠수 있는
점이 파리생활의 가장 큰 소득인 것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공부한 것의 일단이나마 보여줄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유학초기 무덤 형태의 나무상자에 잔디를 심어 삶과 죽음, 그리고
윤회에 대한 사색하는 작품을 발표해온 최씨가 최근 3~4년간 새롭게
시도중인 기법은 밀랍을 재료로 신비한 생명의 세계를 호소력있게
담아내는 독특한 작업.
밀랍으로 만든 알과 고치를 통해 생명의 변화과정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작업이 현지 평론가들로부터 생명력의 경이로움을 표현하려는
욕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찾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무제" 연작.
밀랍으로 만든 커다란 알을 반으로 잘라내고 그안에 생명의 상징물인
사과나 오이 바나나 형태 등을 새겨넣은 다음 실제 대상과 대비시켜
놓은 작품들이다.
여기에 투명아크릴판을 설치, 상징물의 이름을 복사해 붙여 놓은
이작품은 신에 의해 창조된 실물과 작가에 의해 재창조된 오브제를
나란히 배열함으로써 생명의 오묘한 세계를 또다른 기법으로 표현하고자
한것.
85년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8대학 조형미술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최씨는 지난해 독일
바드 나우하임시립문화원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