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서 "노사관계발전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것은 노사문제를 포함한 대대적인 노동개혁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대목
이다.

대립적 구도의 국내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전환, 협력적 노사관계의
달성을 통해 산업현장에도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표면화된 것이다.

그동안 문민정부의 출범아래 사회각부문에 걸쳐 과감한 개혁작업들이
이뤄져 왔지만 노동문제만은 개혁대상에서 유보돼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국내 노사관계가 불안한 요인을 안고 있는데다 정치일정과 맞물린
탓도 있었지만 현재의 노동문제가 엇갈리는 이해관계등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민감한 성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금까지 노동문제에 있어서 과거 5,6공정부의 기본적인
정책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노선을 걸어 왔다.

특히 지난해 한국통신사태때는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노조측에 공권력을
투입하는등 유례없이 강경한 태도를 취해 재야로부터 "문민독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문제의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정부의 과제로 다가
왔다.

금융실명제및 부동산실명제의 실시, 공직자 사정, 교육개혁, 5.18특별법
제정등 일련의 개혁과정에서 유독 노동분야만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노동개혁은 임기의 절반을 훨씬 넘긴 "YS개혁"의 마침표를 찍는 작업인
셈이다.

여기에는 또 현재의 대립적인 노사관계와 전근대적인 노사제도및 관행으로
는 WTO(세계무역기구)체제의 무한경쟁구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도 배어
있다.

경제계및 일부노동계의 요구도 많았다.

이같은 배경아래 발족될 "노사관계발전 위원회"는 산적한 노동현안의
개혁과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이 위원회는 그동안 각 분야에서 개혁작업을
추진해온 행정쇄신위원회, 세계화추진위원회, 교육개혁위원회의 운영양상을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위원회가 그동안 괄목할 만한 개혁실적을 올린데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운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위원장이 위원회의 활동실적과 개선안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 대통령이 관계부처의 의견수렴을 거쳐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형식을
거치게 된다.

노사관계발전 위원회는 발족초기에 우선 말썽많은(?) "복수노조허용"과
"제3자개입금지 조항의 철폐"등 노동법개정문제를 해결하는데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진념노동부장관이 올해들어 여러차례 간접화법을 섞어가며 "분위기가
성숙되면 노동법개정문제를 포함한 노동문제의 개선을 위한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운을 띄운 것에서도 정부의 노동법개정문제에 대한 방향을
알 수 있다.

또 오는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ILO총회때까지 한국의 노동법개정문제
를 유보해 줄 것을 요청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위원회는 이에따라 노동계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의견수렴과 공청회를 거쳐
묵은 과제의 해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이와함께 산업현장에 협력적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사
제도및 관행을 개선하는데도 상당한 역점을 두게 된다.

여기에는 모범노사협력사업장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의 부여방안을 포함해
<>노사협의회의 활성화방안 <>과다한 노조전임자수의 축소와 전임자보수
지급문제등 노조활동의 개선 <>장기적으로 노동계통합을 위한 정부입장등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장차 OECD가입에 따라 "블루라운드"가 무역장벽으로 대두될 것을 감안,
국제노동협력을 강화하고 국제노동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각종 입법활동및 기구의 설치등을 입안할 계획이다.

이밖에 산업및 고용구조의 변화에 따라 외국인근로자 장애인 고령자 여성
근로자의 바람직한 인력활용방안과 함께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진단,
개선안을 도출하는 작업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노사관계발전 위원회는 비단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고용과
근로조건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의 개혁작업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노사관계발전위원회가 이처럼 막중한 개혁과제를 제대로 수행해낼지는
미지수지만 그동안의 개혁과정을 돌이켜볼 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대다수의 시각인 동시에 기대이기도 하다.

세간에서 문민정부의 마지막 개혁대상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노동분야의
개혁에 많은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