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 김흥구 특파원 ]]

<>.골프는 잔인하다.

세계랭킹 1위 선수의 최종일 6오버파 78타. 더블보기 2개에 보기가
5개이고 버디는 3개뿐이다.

"엄청난 것 같은" 6타의 마진은 불과 10홀을 견디는데 그쳤고 한두타
차이가 아니라 무려 5타차의 역전패였다.

그레그 노먼(41.호주)이 14일 이곳 오거스타GC에서 벌어진 매스터즈
최종라운드에서 바로 그런 골프를 쳤다.

아무리 "무슨일이라도 일어 날수 있는 게 골프"라 하더라도 노먼의
이날 "붕괴"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무했다.

우승은 물론 닉 팔도 (37.영국)가 차지했다.

팔도는 이날 5언더파 67타 (버디 6,보기1)를 치며 4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45만달러의 우승상금을 차지했다.

89, 90년에 이어 세번째 그린 자켓.

반면 노먼의 최종 스코어는 합계 7언더파 281타였다.

그는 86, 87년에 이어 매스터즈에서만 세번째 2위의 징크스를 확인해야
했다.

<>.이날 경기는 노먼의 불운이 아니었다.

불은이라기 보다는 한마디로 "노먼 역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양상"이었다.

노먼은 9번홀부터 3개홀 연속 보기를 했고 이어진 마의 12번홀
(파3.155야드)에서는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12번홀에서 노먼의 티샷은 그린 전면 둔덕에 맞고 뒤로 흐르며 물에
퐁당, 3온2퍼트였다.

팔도는 8번홀까지 버디 3에 보기 1개였으나 노먼은 보기2개에 버디1개로
전날까지 6타차가 어느덧 3타차로 좁혀졌다.

쫓기는 모습이 된 노먼은 9번, 10번홀 (모두 파4)에서 연속 파온에
실패, 3온2퍼트였고 11번홀은 약 3m 버디찬스가 오히려 "돌아오는 70cm
파퍼팅까지 미스하며"오히려 3퍼트 보기로 변했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합계 9언더파로 내려앉아 같은 홀들에서 파플레이를
계속한 팔도와 동률선두가 됐다.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릴수 밖에 없었던 노먼은 결국 이어진 12번홀
에서는 2타차 역전되고 만 것.

노먼은 역시 파3인 16번홀 (170야드)에서도 볼을 당기며 연못에 빠뜨려
3온2퍼트 더블보기를 범했다.

팔도와는 4타차로 변했고 게임은 거기서 끝났다.

팔도의 18번홀 5m 버디는 보너스일 따름이었다.

노먼은 15번홀 (파5.500야드)에서 약 12m 서드샷이 아슬아슬하게 홀컵을
스치며 이글을 놓친 것이 마지막 기회의 상실이었다.

이날 노먼은 아이언샷이 극도로 흔들렸다.

18개홀중 파온시킨 그린은 8개뿐으로 적중률은 불과 44.4%였다.

반면 팔도는 18개홀중 16개홀을 파온시켜 88.9%의 적중률이었다.

<>.노먼의 우승을 바랐고 믿었던 그의 팬들은 아마 "어떤 배신감"같은
것까지 느낄지 모른다.

오거스타에는 "너무 실망했고 앞으로는 기대조차 않겠다"는 골퍼들도
많았다.

그러니 당사자의 심정은 오죽 하겠는가.

적어도 "매주말 자신의 골프에 분노하는" 골퍼들은 이날 노먼의
플레이 역시 "골프의 한 종류"임을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노먼 자신이나 팬들이나 그 후유증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