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의 성장은 무난할 것이나 경상수지적자와 물가상승률은 작년말께
예상했던 64억달러와 4.8%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한국은행 전망이다.

이경식 한은총재는 서비스요금 상승과 외자유입증가 등으로 물가불안
요인이 잠재돼 있다고 지적, 안정기반을 다지고 국제수지를 개선하는데
중점을 둬 총 수요관리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총재의 이같은 표현은 통화가치 안정을 책무로 하고 있는 중앙은행
책임자로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할수 있겠으나 성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우리의 현실의식과는 다소 거리가 없지 않다.

지난달말 재경원은 3월중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0.8%를 기록, 3월만 따지면
9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고 발표했다.

또 3월중 무역수지도 90년대 들어 1.4분기에 속한 달로는 처음으로
흑자(5,000만달러)를 냈다고 밝혔었다.

이같은 재경원의 물가 국제수지에 대한 낙관이 중앙은행에 의해 "우려"로
반전된 경위를 이총재에게 묻고 싶지는 않다.

"90년대 들어 3월로는 처음"등 다소 상궤를 벗어난 포장으로 선거직전에
발표자료를 내놓은 것은 재경원이지 한은이 아니니까.

7%대의 성장을 낙관하고 있는 한은의 경기전망에 대해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이 곧바로 통화신용정책 기조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발표에 따르더라도 지난 2월중 민간 설비투자용 기계주문은 3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 민간건설 수입허가액등 경기흐름을 나타내는 다른 지표들도 좋지 못한
편이다.

이 때문에 정부공사 조기발주 등으로 1.4분기에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2.4분기 이후부터 경기급강하가 나타날 우려가 없지 않다는 시각이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강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잘못된 경기전망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수 있다.

총체적인 "숫자"가 매우 좋게 나타났던 작년중에도 내수 중소기업 등은
경기양극화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고, 올들어 요란하게 터져 나온 "지원"
구호와는 달리 그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올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엔화에 대한 원화강세, 반도체경기 퇴조 등으로
수출주력 업종의 경기전망도 연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금리 내림세에 악영향을 주는 통화정책은
실물경제를 위해서나, 자본시장을 위해서나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서비스요금 등 물가불안에 대한 한은의 경고는 적절하다.

이미 1.4분기중에 올해 억제목표선 4.8%의 절반에 가까운 2.2%나 올랐고,
선거가 끝나면 더 오를 것이라는 인플레 기대심리도 만만치 않다고 볼때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재의 물가불안이 과연 총수요 과잉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득증대에 따른 고급수요 증가가 가격에 반영되는 양상이라면 물가대책
으로서 총수요관리는 한계가 있다.

행정력을 앞세운 가격통제가 장기적으로 볼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드러난 일이지만, 통화긴축도 언제 어느 때고 즉효약일
수는 없다.

실물흐름에 걸맞는 현실감있는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한은의 성찰이 긴요한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