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에 대한 소프트한 글을 읽다보면 가르시아 밀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19세기 말 쿠바의 독립문제를 놓고 미국과 스페인간의 전쟁이 벌어졌을
당시 가르시아는 쿠바의 산악을 종횡으로 누비며 게릴라 활동을 벌이는
지도자였다.

미국 대통령이 반드시 가르시아 장군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밀서를 전달해야
할 일이 생겼는데 전달할 길이 막막한 것이었다.

시간은 없는데 지금쯤 어디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고 또 알아낸다고 해도
어떻게 접선할지.

이때 누군가가 로완이라는 중위라면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하기에 대통령은
그를 불러 전쟁의 승패가 달린 문제이므로 밀서를 무조건 가르시아장군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하는 것이었다.

로완 중위는 국가적 문제가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는 사명감으로 이후의
모든 난관을 몸을 바쳐 극복하고 임무를 완수함으로써 전쟁을 빨리 끝내는데
일조했다고 한다.

조직에는 적어도 두 가지 유형의 인간이 존재한다.

로완 중위같이 자신의 정열과 시간을 온통 바쳐 능력을 최대한 발휘
함으로써 조직에서의 성취감을 인생의 목표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어진 일을 주어진 시간안에 하자없이 마치고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데
더욱 관심있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삶의 질"을 강조하는 요즘은 후자의 유형이 일반적이고 더 "인간답다"고
인정하는 분위기이고 기업문화와 조직관리에서도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다만 적어도 조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로완같은 유형의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로완이 뒤에 어느 정도의 지위까지 올랐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수많은 군인 가운데 로완 중위가 칭송받고 미국정신의 상징으로
추앙됨으로써 그 사회가 발전하였듯이 조직에서도 남다른 사명감과 책임감
으로 일에 매달리는 사람을 승진시키고 또 중용해야 그 조직이 발전할 수
있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