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미대통령의 16일 제주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개선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날회담에서 나온 "한반도평화구축을 위한 4자회담" 제의는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상황에 적극 대처하면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우리정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등 4국이 모여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구축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북한의 평화협정체결공세에 대해 더이상 수세적인 대응으로는
현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이 당사자가 돼야하며 <>그 이전까지는 정전협정이 준수돼야 한다며 점진적
인 접근자세속에서 수세적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최근 판문점 긴장파문 속에서 좀처럼 관계개선의 여지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미사일협상이나 미군유해송환협상등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
기회는 늘어가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한 당사자원칙과 정전협정 고수입장에 머물
경우 한반도긴장은 해소되기 어렵고 미북관계개선의 흐름 속에서 한국이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4자회담제의는 한국을 배제하려는 취하는 북한의 태도를
거부하되 북한도 기존입장을 전면 철회하기 어려운 만큼 한반도안정을 위해
북한의 입장도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왔던 "2+2"회담, 즉 남북한이 먼저 평화체제를
논의하고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방식은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4자회담은 남북한의 입장을 절충했다고 볼수 있다.

4자회담은 4자가 모여 전체의제를 정한뒤 남북한이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만큼 형식적으로는 "2+2"회담과 다르지만 모든 것은 남북한이 하고 미국과
중국은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2+2"회담과 내용은 같다는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4자회담은 또 한반도문제를 국지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동아시아 전체구도
속에서 파악하려는 미국에 대해 정부가 냉전구도에 바탕을 둔 강경입장을
계속 고집할 경우 불필요한 한미마찰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현재 동북아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는 체제위기에 빠진 북한을 지원,
안정시켜야 한다는 동아시아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

적극적인 대북유인책을 실행에 옮겨 대베트남관계개선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동아시아의 안정을 실현하겠다는게 미국의 생각이다.

결국 더이상 비정상적인 남북관계와 미북관계를 유지할수는 없다는 한미
양국의 공동인식이 4자회담을 전격 제의하게 된 배경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4자회담은 앞으로 한반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전환을 위한 기본
협의틀과 방안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현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뿐만아니라 중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남북한이 평화협정체결의 당사자가 되는 동시에 지난
53년 정전협정의 당사자였던 미국과 중국이 협의에 가담, 그 효율성이 보장
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4자회담을 "북한이 선택하지 않을수
없는 마지막 선택이자 최선의 선택"이라며 "북한이 받아들일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양국정상은 또 이날회담에서 한반도평화체제구축문제는 4자회담에서 논의
하되 그외의 사안은 미국과 북한의 별도 대화채널을 유지할수 있다고 합의,
북한에 대해 상당한 운신의 폭을 부여했다.

4자회담을 전격 제의하는 동시에 미북간 대화채널을 열어놓은 것은 경제난
과 에너지난으로 체제불안정을 겪고 있는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정상은 이와함께 한미간 안보공조체제를 재확인하고 북한에 대해 정전
협정준수를 촉구하면서 무력도발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또 대북3원칙을 통해 한반도평화문제는 남북한 당사자 해결원칙에 따라
한국이 주도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최완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