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에 처한 애플컴퓨터가 또 한번의 타격을 받게 됐다.

이 회사의 연구개발부문 총지휘자였던데이비드 네겔 부사장이 15일 사직을
돌연 발표했다.

그는 다음달 6일 AT&T가 신설하는 연구소의 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네겔 부사장은 "애플의 자존심"으로 비유되던 인물.

애플은 비록 시장적응력에 뒤져 경영난을 겪고 있으나 기술력과 연구개발
성과는 아직까지 세계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런 평가를 받기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던 인물을 잃어버린 것이다.

애플은 네겔 부사장의 사직이 발표된뒤 곧바로 대변인성명을 내고 "그의
사직은 애플전직원들에게 큰 슬픔"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회사경영
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대한 외부의 시각은 애플대변인 성명처럼 태연하지가
않다.

무엇보다 올들어 벌써 3명의 부사장이 애플을 떠났다는데서 문제의 심각성
을 읽을 수 있다.

앞서 떠난 두명의 부사장은 각각 판매와 재무담당이었다.

각 부문의 총괄책임자들이 잇따라 손을틀고 나가는 현상은 어느 한 분야
에서도 확실한 미래가 없는 것으로 해석될수 밖에 없다.

네겔 부사장의 사직이 단순히 핵심중역 한사람의 공백으로만 내비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불난집에 부채질 하듯 컴퓨터시장 전문조사회사인 컴퓨터인텔리전스는
애플의 올 1.4분기 컴퓨터판매대수가 작년동기대비 3분1이상 줄었다고
발표했다.

애플측도 1분기에 사업구조조정에 따른 특별손실까지 포함해 7억달러정도의
적자예상을 시인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