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매니지먼트" "그린 마케팅"이 국내업계에 발등의 불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환경보호를 앞세운 미 EU 등 선진국들의 무역장벽이 갈수록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수출 등 기업활동에서 겪는 애로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16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SKC 대우전자 등 1백5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이같은 현상을 잘 보여준다.

이 조사에 따르면 대상업체의 62.7%가 선진국의 환경규제조치로 인해
기업활동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활동 단계별로는 원료조달단계 17% 생산단계 18% 수출.소비단계
20% 폐기단계 8% 등에서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의 전단계에 걸쳐 환경문제가 기업활동 애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기업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관련 무역장벽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그린 매니지먼트" 대응은 크게 두 갈래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첫째는 제조과정에서의 공해유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부문 투자
확대다.

선진국들은 자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아니더라도 제조과정에서의
공해유발정도를 수입적부 기준으로 삼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다.

현대 삼성 LG 대우 등 10대 그룹의 경우 올해 환경투자액은 총
1조7천여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17%이상 늘려 잡고 있다.

이중 현대그룹은 앞으로 매년 총설비투자의 2.5% 이상을 환경부문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고 삼성은 전계열사 사업장의 폐수 및
배기가스 배출상황을 종합감시하는 "환경자동측정망" (TMS)를 연내에
구축할 예정이다.

또 LG는 오는 99년까지 전사업장이 폐수 및 폐기물을 전혀 배출하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대우는 현재 매출액대비 0.5% 수준인
환경투자를 2000년에는 2%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선경 쌍용 한화 한진 기아 등도 저마다 그룹내에 환경전담기구를
설치, "그린 매니지먼트"는 이제 재계의 중요한 화두도 떠올랐다.

환경투자 확대와 함께 요즘 국내기업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한 분야는
"그린 마케팅".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마크" 제도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 용어는
마케팅의 새로운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동일한 종류의 상품중에서도 환경친화적인 상품을 정부나 공인기관에서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이 제도는 79년 독일에서 "블루 엔젤"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된 이래 현재 25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선진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 인도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들도 앞다투어 이 제도를 도입하거나 도입 검토중이어서 가장
보편적인 환경무역장벽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선진국들은 이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적용대상품목이나 부여
기준상 자국의 환경여건과 우선순위에 근거하고 있어 외국기업들이
훨씬 더 불리하게돼 있다.

일례로 EU의 경우 한종류의 제품에 대해 10-20%만 환경마크
(Eco-label)를 부여하고 있어 제3국 특히 개도국 제품은 아예 환경마크
부여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따라 국내 기업, 특히 전자 자동차업체들은 이런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요즘 환경마크 획득에 부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삼성 LG 대우 등 가전3사의 경우 냉장고나 에어컨의 CFC
대체물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자동차업계에서는 천연가스자동차나
전기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