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각 자치구들이 스스로 해결해야할 민원조차 주민여론 등을
의식해 서울시로 떠넘기는 사례가 급증, 진정한 지방자치실현의 걸림돌이
되고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구가 적법하게 지어진 건축물에 대한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거나 공사금지명령을 내려 건축주들이 시에 행정
심판을 제기하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이처럼 각 자치구가 행정심판에서 패배할 것이 명확한데도 불합리한
처분을 내려 행정심판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민선 단체장들이 표를 의식해
주민의 민원을 시가 내린 결정이란 구실로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지난 3월 고척동 77의5일대에 건설된 골프연습장의 건축주인 김모씨는
구로구가 당연히 내줘야할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자 이에 반발, 서울시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 골프연습장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지난해 허가를 받아 완공된 건물로
주민들이 교통혼잡과 교육환경침해등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자 구로구가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았고 이에따라 김씨가 행정심판을 냈다.

또 서초구도 반포동 612의30일대에 신축중인 지하1층 지상7층의
공동주택에 대해 공사중지명령을 내려 이에 반발한 건축주가 지난 2월
서울시에 행정심판을 냈다.

구는 인근 주민들이 일조권과 사생활침해등으로 민원을 제기하자 공사
중지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현행 건축법은 건축관계법령에 위배된 경우에 한해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법령에 맞게 건축되고 있는 이 건물에 공사
중지명령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개정된 행정심판법에 따라 이달부터는 구가 행정심판결과에 따르지
않을 경우 시가 직접 허가나 처분등을 내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민원을
의식한 구청장들이 행정심판결과에 따르지 않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관계자는 이와관련 "보통 1주일에 2~3건씩 구청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처분에 반발한 행정심판청구가 들어오고 있다"며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각 구가 민원을 시에 떠넘기려는 행태보다는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