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정악연주단 예술감독 정재국씨(54)가 취임후 첫 무대로
세종대왕이 지은 "여민락"과 "종묘제례악" 전곡연주회를 18~19일 오후
7시30분 국악당 소극장에서 마련한다.

"세종대왕께서 당시 국가행사나 제사에 쓰이는 음악이 중국 음악
일색인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우리 고유음악인 향악을 바탕으로 손수
곡을 지으셨어요.

그 대표곡들을 모음으로써 대왕의 나라 사랑과 궁중음악의 깊이를
전하려 합니다"

18일의 연주곡은 "온백성과 더불어 즐기자"라는 뜻으로 만든 "여민락"
"여민락만" "여민락령" "해령" 등 여민락 계열곡 4가지.

19일에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제례악" 전곡을
들려준다.

"소리를 예쁘고 듣기 편하게만 만드는 창작음악 탓인지 정악이
제소리와 빛깔을 잃고 있어요.

이번 연주회에서는 정악 본래의 꿋꿋하고 힘있는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하겠습니다"

14세때 국악사양성소에 입학, 피리를 불기 시작한 정씨는 66년
국립국악원에 들어와 지금까지 몸담고 있다.

72년 국내 처음으로 피리 독주회를 열었고 93년에는 중요무형문화제
제46호 대취타예능보유자로 지정받았다.

올해로 국악입문 40년을 맞은 그는지금도 박을 잡고 지휘하기보다
단원들과 함께 연주하기를 좋아한다.

이번 음악회에서도 직접 피리를 불며 전체 소리를 이끌 예정.

"판소리나 산조같은 민속악이 희로애락의 감정을 잘 전달한다면 정악은
정신적인 깊이를 담고 있다"며 "보다 수준높은 정악을 만들기 위해 사장된
악보의 발굴.복원과 악기개량 작업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