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3사가 이번 국제 컨소시엄 참여로 노리는 타깃은 두가지다.

우선 국내업계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고 있는 반도체 원재료 및
장비 기술의 취약성을 보완하자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세계 반도체 업계의 내로라 하는 업체들과 함께 차세대 제품의
규격을 공동 제정함으로써 시장을 이끌어갈 "매이저" 업체로서의 자리를
굳히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결국 이번 국제 컨소시엄 참여는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시장 주도권을 계속 확보하겠다는 "일석이조"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국내업체가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매우
불안하다.

겉으로만 보면 메모리 반도체 1위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하지만 원재료와 장비를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함께 갖고 있다.

"장비와 원재료 등 기본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현재의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반도체 산업협회 김치락 부회장)는
아픈 지적도 그래서 받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컨소시엄 참여가 갖는 의미는 매우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몸체에 해당하는 핵심 원재료다.

웨이퍼의 특성에 따라 생산공정 뿐아니라 생산장비 자체가 달라진다.

웨이퍼의 규격 제정을 주도한다는 것은 결국 국내업체로서는 무방비
상태와 다름없는 장비와 원재료 분야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이번 컨소시엄이 차세대 웨이퍼인 직경 12인치 짜리 제품의 규격을
정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웨이퍼는 8인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8인치 웨이퍼의 수명은 64메가D램에서 한계점을 맞을 것" (전자공업
진흥회 이상원 부회장)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반도체가 고집적화되면서 크기도 따라서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웨이퍼 한장에서 나오는 반도체의 갯수가 줄어들어 업계는
채산성을 맞출 수가 없게 된다.

이같은 이유로 2백56메가D램 이후에선 더 큰 웨이퍼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국내업체는 2백56메가D램 이후의
반도체에 사용될 웨이퍼와 장비의 규격을 결정함으로써 차세대 시장을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입지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마테크 주도의 규격제정 작업이 이같은 목표를 모두 충족
시킬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일본 업체들이
독자 규격 제정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일본기업들은 지난 80년대 초반가지 세계 시장을 주무르던 "반도체
일본"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차세대 웨이퍼의 "일본 규격"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또 일본의 추락을 촉진했던 세마테크가 이번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도 독자노선 채택의 한 요인으로 파악된다.

미국 유럽 업체와 함께 차세대 연합군을 형성한 한국업체들이 이번
컨소시엄 참여를 계기로 "불안한 메모리 1위"에서 명실상부한 "반도체
메이저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 세마테크란... ]]]

세마테크는 미국 정부와 반도체 업계가 공동으로 지난 87년 설립한
민관합동 반도체 연구기관이다.

미국 인텔 AMD IBM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등 11개 반도체 제조업체와
국방성 등 정부연구기관의 반도체 분야의 최정예 R&D인력들이 모인
곳이기도 하다.

세마테크는 90년대 들어 "미국의 희망" (앨고어 미 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일본 업체들에게 빼앗겼던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찾아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미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의 40%를 차지해 일본 (39.4%)을
따돌리는 데 절대적인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마테크가 요즘 촛점을 맞추고 있는 분야는 환경친화적 생산기술이다.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산화수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국가의 업체들이 반도체 자체의 기술개발에만 매달려 있는 것과는
달리 장비 등 주변산업까지 포괄적으로 개발하는 게 이 연구소의 특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