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정 < 한국경제연 연구원 >

현대는 바야흐로 정보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정보도 표현되기에 따라서 더 필요한 것이 되기도, 필요없는 것이
되기도 한다.

특히 따분하고 복잡한 숫자들의 정보라면 그래프나 그림으로 표현되었을때
알아보기도, 이해하기도 훨씬 쉽다.

지난해에 굉장한 반전을 보였던 엔화와 달러화를 예로 들어보자.

어찌어찌하여 치솟던 엔화는 주저앉았고, 주저앉던 달러화는 솟아 올랐다.

이러한 추세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달러화의 추이를 나타내는 선은 아래로
불록한 모양을, 엔화의 추이를 나타내는 선은 위로 볼록한 모양을 나타내고,
이 선들은 두점에서 극적으로 만나고 있다.

이제 엔화와 달러화의 변화는 확실히 드러났고 한눈에 알아볼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시각적인 효과 때문에 숫자로 된 자료의 비교나 추세를 설명할
때에는 그래프나 그림이 자주 이용되고 있으나 바로 이 효과를 역이용하여
과대포장이나 과소포장하는 경우도 종종 볼수 있다.

이러한 거젓에 속지않는 현명한 독자가 되기 위해서 다음의 3가지만이라도
주의하도록 하자.

첫째, 그래프가 그려진 범위나 구간을 주의해서 보도록 한다.

특히 이상의 내용을 하나의 그래프에 그렸을때 주의할 사항이다.

앞의 예에서 만약 달러화를 나타내는 축의 범위를 엔화에 비해 좁게
잡는다면 상대적으로 엔화의 효과가 크게 보일수 있다.

또한 축의 눈금 사이의 간격이 일정한지도 주의있게 볼 필요가 있다.

둘째, 그림으로 표현된 수치는 부피가 아닌 높이만을 고려하도록 한다.

만약 작년과 올해의 봉급을 막대로 표현했다면 높이만이 그 차이에
반영된다.

그러나 막대그래프가 아닌 돈주머니로 그렸다면 그 차이는 돈주머니의
부피만큼으로 크게 늘어나 보일수 있다.

세째, 작은 글씨를 무시하지 않도록 한다.

정확하게 명시된 자료의 출처나 조사기간은 해당자료의 신뢰성을 높여준다.

마찬가지로 그래프나 그림의 축에 딸려있는 단위나 범위에 대한 설명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그래프나 그림의 요술같은 효과는 많이 있지만 세상에 나와있는
그래프나 그림들이 얼마난큼 부풀려져 있다는 것을 알기에는 이상에서
살펴본 세가지 정도만 주의해도 충분하다.

아울러 잘못된 사실을 꼬집어 내는 새로운 재미도 느낄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