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18일낮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의 오찬을 시작으로
자민련 김종필 총재, 민주당 김원기 공동대표 등 야3당 대표와의
연쇄개별회담에 들어갔다.

이번 회담은 김대통령이 지난 16일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최근 북한정세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나 김대통령이 야당대표 특히 국민회의
김총재와 단독 회동을 갖기는 5년만에 처음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국과
관련, 주목을 끌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과 관련, 김대통령이 야당대표에게 4자회담제의 등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

김대통령이 외국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으례 3부요인및 여야정당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순방결과를 설명했듯 이번 연쇄 회담도 그의 일환이라는 것.

물론 이날 회동의 의제가 제한된 것이 아닌데다 김대통령 또한 김총재의
얘기를 충분히 듣겠다는 입장이어서 정국전반에 대한 폭넓은 의견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관해 소상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비서실에서 별도의 자료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김대통령과 김총재는 이날정오부터 청와대 본관2층 백악관에서
칼국수를 메뉴로 오찬을 함께 하며 5년만의 단독회담을 시작.

회담에 앞서 김총재는 오전 11시58분 정동채 비서실장과 함께
승용차편으로 본관 현관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이원종 정무수석의 영접을
받고 악수를 나눈뒤 2층 오찬장으로 직행.

김총재는 사전에 준비한 대화자료를 노란색 행정봉투에 넣어 들고 왔으며
표정은 밝았지만 다소 긴장된 모습.

김총재는 김대통령이 입장하기전 1분가량 백악실 창문으로 청와대 뒷산의
봄경치를 바라보며 대기.

이어 김대통령이 오찬장으로 들어오면서 김총재에게 "오랫만이오"라며
반갑게 악수를 청했고 김총재도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

김대통령은 악수를 나눌때 김총재의 오른쪽 팔을 다독거려 눈길.

두사람은 곧바로 원테케이블에 앉아 본격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날씨와
한미정상회담을 화제로 잠시 담소.

<> 김대통령 =오늘 날씨가 참 좋아요.

<> 김총재 =정말 좋군요.

<> 김대통령 =건강은 어때요. 선거 치르느라고..

<> 김총재 =고생 많이 했어요. 날씨도 춥고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 김대통령 =하루에 참 많이 다니는 것 같던데.
하루에 10군데이상도 다니는 것 같던데.

<> 김총재 =이번에 제주에서 수고가 많았어요.

<> 김대통령 =날씨가 좋았어요.
전날밤 일기예보로는 비가 온다고 했고 아침까지 비가
왔었는데 싹 개었어요.
그런데 기자회견을 할 때는 구름이 걷히고 아주 맑았어요.
세계에 제주도를 많이 선전하게 됐지요.

<> 김총재 =보도를 보니 클린턴대통령도 가는 길에 헬기로 제주도 경치를
구경했다지요.

<> 김대통령 =해안을 따라 4~5바뀌 돌았다고 해요.
얼마나 기분이 좋았으면 헬기안에서
"오늘이 내생애 최고의 날"이라고 했다더군요.

< 두사람은 12시5분께 기자들을 보낸뒤 단독회담에 들어감 >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이날 김영삼 대통령과의 회동이 끝난뒤 당사
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대통령의 발언을 중심으로 대화요지를 설명했다.

<> 김총재 =내각제개헌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김대통령 =내각제는 망국의 근원이므로 절대로 안하겠다.

나도 절대로 다시 안한다. 내말을 99% 믿어달라. 김총재도 잘되길 바란다.

<> 김총재 =거당적인 협력체제를 위해 당적을 포기하는것이 어떠냐.

<> 김대통령 =지난번 대선당시 노태우씨가 당적을 포기해 큰충격을 받았다.

나는 끝까지 당적을 유지하겠다.

<> 김총재 =부정선거 시비가 많다.

<> 김대통령 =선거부정은 절대 없을줄 알았다.

국고보조도 했는데 검찰이 철저히 처리할것이다. 공정하게 하겠다.

여야구분없이 상당수가 의원직을 잃을것이다.

<> 김총재 =대선비자금 문제는 분명히해달라.

<> 김대통령 =3당통합후 노씨 태도보고 후회했다.

87년 당시의 교훈을 보고 군정종식을 위해 통합했었는데 노씨가 약속과는
달리 배신했다.

그후 대통령 취임때 처음 만났다.

그런 상황이었기때문에 노씨가 돈을 줄 상황이 못됐다.

<> 김총재 =그러면 어째서 노씨가 "사실을 밝히면 나라가 시끄러워진다"고
말하고 노씨 아들도 "쓸만큼 줬다"고 했나.

<> 김대통령 =참 이상한 사람이다.

노씨는 매월 당비로 10억원정도씩 줬는데 탈당후엔 당비도 안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