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재정경제원이 18일 동시에 발표한 "예금 지급준비율인하"와
"은행신탁제도 개선"방안이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은 금리의 하향안정화다.

최근 실세금리가 떨어지는데도 은행 여.수신금리가 내려가지 않는데 대해
나웅배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은쪽에서는 은행 지준율인하를, 재경원은 신탁제도개선을
만들어 냈다.

결국 이번 조치들은 지준율인하를 통해 은행 수지를 개선, 은행들로 하여금
금리를 인하할 여력을 마련해 주는 동시에 고금리의 주범인 단기신탁상품을
없애는등 구조적인 고금리요인을 제거하겠다는 정책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지준율인하로 인한 통화누수현상을 깔끔히 마무리 하지 못한데다
<>투금 투신등 경쟁상품들은 거의 그대로 둔채 은행신탁만 묶어 두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등 금융권간 분쟁의 불씨는 남겨둔 것으로 평가된다.

<>지준율인하배경=한국은행은 지준율인하배경을 두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은행수지기반확충을 통한 대외경쟁력 강화다.

우리나라의 지준율이 대만(6.876-23.75%)보다는 낮으나 미국 일본등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높아 대외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부담을 줄여준다는 얘기다.

둘째는 1.2금융권간의 공정경쟁여건을 조성, 금융중개효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은행은 그동안 제2금융권에 비해 지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다 지급
준비금도 한국은행 당좌예금이나 현금등 무수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어
제2금융권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번 지준율인하의 직접적인 배경은 정부의 금리안정화유도에
있다.

우리 경제 "고비용"구조의 한 축을 이루는 "고금리"의 하향안정화를 위해
가능한 방법은 다 동원하겠다는 뜻이다.

고금리의 주범으로 꼽히던 단기신탁상품을 없앤 "신탁제도 개선안"을
동시에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준율인하 효과=은행등 금융기관들의 대출금리가 빠른 속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이번 지준율인하에 따른 은행수지개선효과(연간 약 3천억원)를
전액 대출금리인하에 반영할 경우 은행 대출금리가 약 0.22-0.25% 포인트
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은행들은 이같은 수준의 금리인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들어 리딩뱅크역할을 하고 있는 조흥 한일은행은 이미 지준율 인하가
시행되는 23일부터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를 현행 연9.0%에서 8.7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해 놓고 있다.

따라서 신용도와 기간에 따른 가산금리(스프레드)를 포함한 일반대출금리는
현재의 연9.0-15.0%에서 연8.87-14.75% 수준으로 낮아진다.

다른 은행들도 최소한 이들 은행 수준의 금리인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지며 이는 투금 신용금고등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 인하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번 지준율인하로 생긴 수지개선 금액을 모두 금리인하에
쏟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수지개선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점=한은은 지준율인하로 인해 시중에 풀리는 2조7천억원가량을 전액
통안증권발행을 통해 흡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 금액만큼 제2금융권에 대한 지준부과를 주장했으나 재경원에
밀린 것이다.

2조7천억원을 통안증권으로 발행할 경우 금융당국은 연간 3천억원가량의
이자비용을 추가로 나가 통화에 부담을 주게 된다.

이번조치가 은행들이 무이자로 한은에 예치했던 무수익 자산을 통안증권
수익률을 보장받는 유수익자산으로 바꾼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이와함께 지준인하에 따른 금리인하로 저축심리가 떨어져 장기적으로 은행
수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