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마련한 은행신탁제도 개편안은 신탁상품의 장기화, 실적배당
상품으로서의 성격 강화로 요약된다.

최저 만기를 1년에서 1년6개월로 늘리고 확정배당상품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한 것, 원칙적으로 은행신탁이 원본보전을 할수 없도록한 것등이
대표적인 내용들이다.

다시말해 일정기간 은행에 돈을 맡기면 확정된 원금과 이자를 받을수 있는
예금과는 달리 고객이 돈의 운영을 은행에 일임(신탁)한 이상 돈을 굴리다
보면 이익이 날수도 있지만 손해도 생길수도 있다는 신탁 본래의 성격을
되찾자는 것이다.

<>개편배경=정부는 표면적인 이유로 은행신탁이 그동안 신탁 본래의 취지
대로 운영되지 않고 왔다는 점을 든다.

대부분 신탁기간이 비교적 짧을뿐 아니라 사전에 수익률을 확정해 주거나
(개발신탁) 적어도 원금은 회수가능하다는 조건을 내걸어 은행예금과의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더욱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으로 은행
신탁계정은 날로 비대화돼 지난해말 수신고(1백42조원)가 이미 은행계정
(1백39조원)을 앞지르는 기현상을 빚게 됐다.

올들어 3월까지도 은행신탁의 수신고는 10조원이상 늘었으나 은행계정은
8천8백억원 감소했다.

배(고유업무)보다 배꼽(부수업무)이 더 커진 셈이다.

그러나 재경원이 이번에 신탁제도 개편안을 내놓은 실질적인 이유는
한마디로 금리인하유도다.

자금유치를 위해 최소한 원본을 보장하거나 고금리를 약속하는 은행신탁의
파행으로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은행신탁의 메리트를 없애 돈이 몰리지 못하게 하자는 뜻이다.

<>기대효과=재경원은 신탁기간 연장 중도해지수수료 인상등으로 은행신탁에
대한 인기가 다소 떨어져 과다한 수신경쟁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신탁에서 빠져나온 돈의 일부가 은행계정으로 유입돼 상대적으로 대출
재원이 풍부해진 은행은 그만큼 대출 여력이 생겨 지급준비율 인하와 함께
대출금리인하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따라 은행의 수익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점=신탁제도개선이 바로 은행계정의 수신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는게 은행측의 주장이다.

오히려 신탁수신고의 20-30%가 투신사의 수익증권이나 CP등 제2금융권으로
빠져나가 은행의 수익구조는 오히려 악화된다는 것이다.

재경원도 은행계정이외에 제2금융권으로의 자금이동 가능성에 대해 부정
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제2금융권 신탁상품과의 형평성 문제가 은행권에서 심도있게 제기
되고 있다.

결국 이렇게 될 경우 은행은 신탁계정 고유계정의 수신고가 모두 줄어
결과적으로 자금운용의 여유가 없어지고 대출금리도 오히려 올라갈 소지도
있다는게 은행권의 지적이다.

이와함께 금융자율화시대에 오히려 규제를 강화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