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국 < 신한종합연구소 금융경제실장 >

한국은행은 은행의 예금 지급준비율을 현행 평균 9.4%에서 7.4%로 2.0%
포인트 인하하여 오는 23일, 즉 4월 하반월 지준적립 개시일 부터 시행키로
하였다.

한편 재정경제원은 은행 신탁이 장기-실적 배당상품으로서의 본질에 맞게
발전되도록 신탁제도 개선방안을 마련, 5월1일부터 시행키로 하였다.

이러한 두개의 조치는 각기 별도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정부의 금리인하와 비정상적인 신탁수신 과당경쟁억제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고 할수 있다.

그동안 은행들의 과도한 수신경쟁이 수신금리를 높였고 그것은 시중의
풍부한 자금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의 인하를 막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향후 추가적인 조치도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이번 지준율 인하는 예금보험공사 발족등 지준자체의 존립근거
약화를 그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정책적으로는 지준율인하로 발생하는
은행들의 수지개선 부분을 대출금리 인하로 연결시킴으로써 금리인하의
거시적 성과를 올리고 그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즉 시장원리적 측면에서 보면 지준율인하는 당연히 통화량증대를 초래하게
되는데, 한국은행은 늘어난 통화량을 흡수하기 위해 통화채를 발행할 계획
이다.

그럴 경우 금리인하의 효과는 발생하기 어렵다.

만일 금리인하를 위해 늘어난 통화량을 환수하지 않을 경우 단기적으로는
금리인하의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피셔(Fisher)
효과에 의해 금리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통화량 증가가 금리인하로
이어질지는 분명하지 않다.

근래들어 정부가 금리인하에 강하게 집착하는 이유는 우선 우리나라
기업들의 금융비용이 다른 경쟁국에 비해 너무 높다는 지적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금융비용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높다.

일본에 비해 최소 3~4배, 대만에 비해서도 2~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고금리체제에 대해 전경련등 업계에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해왔고 특히 최근의 잦은 중소기업 부도사태로 금융부문의
지원대책이 제기되면서 고금리체계의 극복은 다급한 현안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OECD 가입등 금융시장 개방확대에 대비한 국내 금융질서의
보호를 위해서이다.

현재의 고금리 체계로는 외국의 저금리자본의 대거 유입을 막을 방법이
없고, 그것을 방치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은 엄청난 혼란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리 금리를 좀더 낮추어 두자는 시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고금리구조가 유지되는 이면에는 높은 경제성장률
물가수준 기업의 차입금의존도 등 경제구조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단순 수치적인 금리수준의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

또 이를 바탕으로 인위적 정책수단을 통해 금리를 인하하려는 것은
실물경제와의 균형상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성이 많다.

현재 여러가지 측면에서 금리인하의 당위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상 어느정도의 고금리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무리한 저금리 유도는
고금리 못지않은 부작용을 초래할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결국 이번 조치로 단기적인 금리하락 효과는 있을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금리의 하향 안정화여부는 결국 향후 경제및 금융시장상황에 달려있다고
할수 있다.

신탁제도개선은 신탁계정을 중심으로 한 은행들의 과도한 수신경쟁을
억제하고, 은행신탁이 장기-실적배당 상품으로서의 본질에 맞게 발전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신탁부문의 과당경쟁은 결국 통화관리 방식의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현 상태로라면 단기신탁상품의 은행취급이 금지되게 되면 그 자금은
은행계정이나 투신사등 제2금융권으로 이동할 개연성이 많은데, 신탁을
은행계정과 혼동하는 고객의 성향이나 은행들의 영업관행으로 볼때
은행계정을 통한 수신경쟁이 예상된다.

이것은 통화관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통화관리부담에 대해 추가적 조치가 있게되면 자금의 은행권
이탈현상이 가속화되어 투신사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신탁수신경쟁의
가열이 예상된다.

결국 신탁부문의 과당경쟁 억제는 현재의 M2 위주의 통화관리 방식의
개선이 없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