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후 가장 염려스러운 부문이 "물가"라는데에는 민간경제전문가나
정부당국자간에 이견이 없다.

양측 모두 물가불안심리가 경기연착륙의 최대걸림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의 성격은 다르다.

민간경제기관들은 "비관적 우려"인 반면 정부는 "걱정은 되지만 비관할
정도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민간쪽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물가상승요인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로는 물가가 안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3월까지의 소비자물가상승률 2.2%는 작년 같은기간(2.4%)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91~95년 평균(3.1%)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선거를 의식, 행정력을 총동원해 붙들어 매놓은 결과
라는게 연구소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매월 몇차례의 물가대책 장.차관회의에서 내놓은 <>인상가 환원지시
<>인상업소 세무조사등의 "엄포"가 주효했지만 그 약효는 선거후 바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거가 끝나자마자 가공식품이나 생필품등 공산품가격이 야금야금
오르고 있다.

통화면에서도 중앙은행이 선거후 통화를 환수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다 은행지준율인하로 통화량이 늘게돼 물가를 압박할 공산이 크다.

외국인주식투자한도 확대에 따른 대규모 외화유입도 원화절상을 막기위한
통화증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따라 조만간 개인서비스 요금을 중심으로 물가가 꿈틀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개인서비스요금 인상요인중 특히 문제되는게 인건비다.

김성식 LG경제연책임연구원은 "제조업은 임금인상을 생산성향상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개인서비스는 요금인상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경식 한은총재가 지난15일 확대연석회의에서 "서비스요금과 외자유입확대
등으로 물가불안요인이 잠재돼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수
있다.

농수산물 가격도 동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쌀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작년말 한접(1백포기)에 2만6천원
하던 배추는 21만4천원(16일 서울가락시장경락가)까지 폭등했다.

양파도 2배가량 올랐다.

교통요금등 각종 공공요금도 "인상대기"중이다.

정부는 올 공공요금인상률을 소비자물가수준으로 잡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따라 체감물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산정하는 "체감물가지수"는 4월11일 113.5 8로 작년말
(109.14)에 비해 4.44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재정경제원 임상규물가정책과장은 "체감물가는 농수산물의
계절적 요인이나 소비자의 구매빈도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어서 실제물가와는
괴리될수 밖에 없다"고 밝혔으나 소비자들이 적접 느끼는 물가오름세는
예사롭지 않은게 사실이다.

정부는 서비스 농수산물 공공요금 공산품등 부문별 안정대책을 꾸준히
추진할 경우 돌발변수만 없다면 올 물가상승률억제목표 4.5%를 지킬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내심으론 4.5%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최근의 국제곡물가 급등세가 심상치 않고 7월엔 교육세부과로 휘발유와
담배값도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몇%"라는 숫자에 얽매이기 보다는 "수급원활화" 논리로
물가를 풀어 나가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농수산물과 공산품 가격파괴업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공급
물량 부족품목과 독과점품목에 대한 수입을 촉진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물류비용 감축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투자를 서두르고 체감물가지수
를 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표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