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들끼리의 모임에서 골프모임이나 등산 모임등은 흔히 볼 수
있지만 가족모임을 20년가까이 지속해오는 동호인은 그리 많지 않다.

경북사대부고 20회 졸업생으로 구성된 석심회는 모임 자체가 지극히
가족적이다.

멤버로는 회장에 조경사업을 하는 이정원씨, (주)농춘대표이사 김재하씨,
계림토토관리부장 장월환씨, 중앙대교수로 있는 이재광박사,
(주)쌍용에너지팀장으로 있는 김대유씨, 덕파산업대표 박태일씨, 파고다학원
AFKN강사를 하고 있는 박영진씨, 호주로 이민가 치과의로 개업한 정현곤씨
등이 그면면이다.

이제 회사에서는 중견의 위치에서, 혹은 자기사업을 하면서 고생하느라
흰머리가 귀밑을 반쯤 수놓은 남자들은 나라일 회사일 등에 대해 소주잔과
더불어 얘기하고, 또 우리들보다 더욱 가까워진 부인들은 제각기의 입심
으로 남편 흉보며 까르르 하고, 벌써 중학 2~3학년이 된 자식들은 이제
석심회의 주축은 자기들이라며 앞으로는 장소선정이라든지 모임 횟수
결정에 당당한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팀웍 플레이를 한다.

1년에 공식적으로 봄, 가을에 두 번, 지역별로 두번, 총4회정도 모이는데
항상 40명이상씩 모이니(지역모임에는 20명) 모인수 만큼 뒷얘기 또한
풍성하다.

그간의 모임장소도 만만치않다.

제주도 한라산, 대전엑스포공원, 경주, 무주리조트, 문경새재, 속리산,
수안보, 독립기념관, 설악산 등 전국이 우리의 활동무대다.

우리모임중의 하이라이트는 각자 집에서 준비해온 자신 있는 반찬
한가지씩으로 마련된 가족 뷔페시간이다.

온갖 정성으로 마련된 반찬으로 먹는 식사란 가히 천하 진미가 다
모인듯하다.

한번은 남자들끼리 한담중에 부인과 가족이 함께 모이면 가끔은 행동에
제약을 받으니 우리끼리 한번 모이자고 의결했다가 그런 발의를 한 사람이
누구냐고 부인들과 아이들이 항의하는 바람에 서로 발뺌하는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우리들의 모임이 얼마나 의미있는 모임인가 생각케 한다.

흔히 동호동락하면 회사의 동료나 상사와의 모임은 자주 이야기하는데
이런 가족모임만큼 온가족이 함께하는 동호동락이 또 있을까.

이제 봄이 왔으니 5월모임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지금쯤 부인과 아이들은
아빠를 무척이나 졸라대고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