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정 < 한국경제연 연구원 >

명절때가 되면 빠질수 없는 물품들이 있다.

바로 제수용품들인데 이 또한 매년 빠짐없이, 그것도 대폭으로 오르고
있다.

더구나 설날 즈음에는 지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바라보는 시점이므로
지난해의 물가와 올해의 물가는 그 차이가 더욱 명확하게 느껴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지난 한햇동안 안타깝게 잡았노라고 내놓은 지수물가와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와는 엄청난 차이가 벌어지게되고, 자연스럽게
지수물가의 신빙성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체감물가와 지수물가의 차이를 크게 만드는 원인으로 다음사항들을
고려해 볼수 있다.

첫째 물가를 느끼게 하는 품목의 차이를 들수 있다.

일반인이 관심을 가지는 품목들은 한정되어 있으며 직업 나이 성별
기호등에 따라서 달라질수 있다.

그러므로 체감물가는 각 개인이 자주 접하고 구입하는 품목의 가격에
한정된다.

그러나 정부가 매월 발표하는 지수물가는 전체 소비자가 사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며 각 품목에 사용되는 소비지출의
비중에 따라 가중평균한 것이다.

둘째 물가의 오르고 내림에 사용되는 비교기준의 차이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올해의 제수용품 가격이 올랐다고 느끼는 비교기준은
지난해의 제수용품을 구입한 시점이 된다.

즉 체감물가는 일정한 비교시점이 없으며 이전 구입시의 가격, 특히 가장
저렴한 시점의 가격이 기준이 되기 쉽다.

마지막으로 소비성향의 질적인 향상을 생각할수 있다.

전화기를 한 예로 들어보자.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전화기라면 유선전화기를 떠올렸지만 요사이는
통상 무선전화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므로 최근에 무선전화기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느끼는 전화기가격의
오름세는 엄청난 것이 될 것이다.

고급화 대형화 되어가는 우리의 소비성향 변화는 그러한 변화 자체를
느끼기에는 너무 빨라서 자칫 잊기 쉬운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