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났다.

세상의 관심은 한동안 잊은 듯 했던 ''경제''로 다시 모아지고 있다.

총선이후에 있으리라던 경제팀 개각설도 설로 끝나는 분위기다.

그래선지 나웅배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여유가 있어보였다.

''자율''과 ''시장원리''를 강조하는게 그의 본래의 컬러이기도 하지만
요즘들어 나부총리는 취임때보다 오히려 긴 보폭의 정책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부총리를 만나 앞으로의 정책구상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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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정만호 < 경제부장 > ]]]

-총선이 당초 우려보다는 매끄럽게 치러졌습니다.

경제의 모양새도 그런대로 괜찮고요.

화색이 좋아보입니다.

<> 나부총리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좋은 모양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투자가 예년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긴하지만 건설경기가
회복추세에 있어 연간 7~7.5%의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경기급랭우려도 불식됐고요.

지금대로 가면 경제연착륙이 가능할걸로 봅니다.

-그래도 물가쪽의 여건은 만만치 않아보입니다.

오를 요인이 많이 밀려있어요.

<> 나부총리 =그래서 걱정 입니다.

국제적인 여건으로 보면 최근들어 곡물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빼고는
별로 오를 요인이 없어요.

하지만 국내쪽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임금상승이 앞으로 서비스요금부터 압박해 나갈 가능성이 커요.

대학납입금도 너무 오른감이 있고, 게다가 7월부터는 담배등에 교육세가
새로 부과됩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쓰레기수거 봉투값이나 버스요금등을 두자리수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쌀값도 다소 불안합니다.

자율화가 돼있어서 민간도 그렇지만 지방정부와도 협조에 애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초목표치(소비자물가 상승률 4.5%이내 억제)내에서의 관리는
가능할 겁니다.

-경상수지 적자문제도 적지않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 같은데요.

<> 나부총리 =무역수지는 개선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문제는 무역외수지인데 이게 쉽게 줄어들기 힘들어요.

소득수준향상과 수출입물량증가로 인해 늘어나는 해외여행경비 로열티
수송비 등은 경제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해외여행수지 적자가 커진다고 해서 해외여행을 막을순 없지 않습니까.

일시에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우선은 무역수지를 균형으로 맞추고 그다음
전체적으로 국제수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부총리께선 요즘 "고비용 저효율"이란 말을 부쩍 많이 쓰고 있습니다.

제목은 훌륭한데 내용이 뭔지 잘 잡히지가 않습니다.

<> 나부총리 =우리 경제가 한단계 더 성장하려면 높은 금리 임금 땅값
물류비용등을 낮춰야 하는게 시급한 과제인데 바로 우리 사회의 이런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경제가 확장 추세에 있을 때는 사회전반의 수급이 어느정도
탄력성을 갖췄으나 요즘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익집단들이 너무 자기 이익만 옹호하는등 사회가 경직되고 유연성을
상실하고 있는것 같아요.

결국 시장기능에 의한 조절이 잘 안되고, 그러니까 효율성은 떨어지고
비용은 올라가는 것입니다.

금리나 임금 땅값 물류등 실제비용이 들어가는 부문은 말할것도 없고
행정까지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고비용구조의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행정조직입니다.

행정규제가 많으냐 적으냐하는 문제가 아니라 행정조직 자체가 경직돼
있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 나부총리 =예산운용을 통해서 효율과 생산성을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나 경영마인드를 도입하는게 우선은 시급합니다.

그런후에 필요하다면 조직개편도 할수 있겠지요.

행정조직이 변화를 충실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공감합니다.

-노사관계도 이제는 경직성을 탈피해야 할때가 됐다고 생각됩니다.

<> 나부총리 =노동시장에도 유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노사협력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이지요.

노측에서 복수노조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변형근로제나 시간제근로제는
거부하는 식은 곤란합니다.

잉여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노동공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오는 만큼
노동시장도 경직성을 버리고 유연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참여와 협력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형성하기위해 노동법도 국제적 감각에
맞게 고쳐야 하고요.

-취임후 금융기관 점포자율화등 금융부문의 규제완화를 적지않게
했습니다만 기업이나 금융기관쪽에선 아직 멀었다고 얘기합니다.

<> 나부총리 =그동안 많이 풀었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금융부문의 경우 금융기관의 퇴출(도산)로 인한 충격이 엄청난게
현실입니다.

다른분야하고 달라서 예금고객보호나 전체금융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생각해 가면서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개방화 자율화추세에 맞춰 규제완화를 해야 하지만 한꺼번에 하면
부작용이 많을 수도 있는 만큼 그때 그때 현실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금융기관들의 소유구조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항인데요.

특히 일부업종의 경우엔 신규참여가 지나치게 제한돼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 나부총리 =우리나라 현실에서 제1금융권(은행)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2금융권은 달라요.

업무영역이나 지배구조 문제를 다시 검토할 계획입니다.

기준이 단순하지 못하고 자의성이 끼어들 여지가 너무 많아 올해안에
자의적인 기준들이 단순화되도록 지배구조의 기준이나 업무영역을 크게
손질하려고 합니다.

리스 할부금융 팩토링등 유사한 성격의 업무를 취급하는 비은행
여신전문기관들에 대해 업무영역을 서로 터주는 방안도 그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은행의 주인을 찾아 주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은행전업자본가제도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 나부총리 =그 문제도 검토중입니다.

개인만이 전업자본가가 될수 있고 법인은 안된다는 것도 이상하고..
조만간 대안이 제시될 겁니다.

-말만 꺼내놓고 유야무야 된 사안도 있습니다.

대금업이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하는 겁니까 안하는 겁니까.

<> 나부총리 =현재로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금융산업개편이 여러가지 지배구조나 업무영역을
단순화 종합화하는 방향인데 다시 칸막이를 두거나 추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올해 상속.증여세를 대폭 바꿀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대략적인 윤곽은 어떤 것입니까.

<> 나부총리 =우선 배우자가 거의 상속세를 내지 않도록 상속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생각입니다.

배우자는 재산을 같이 형성했고 세대간 상속이 아닌 만큼 배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배우자의 생활기반도 계속 유지되어야 하고... 6월초 공청회를 열어
최종안이 확정되겠지만 배우자 공제한도(10억원)을 아예 없애는 방법을
포함해 배우자가 상속세를 거의 물지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소득수준이 향상된데다 금융.부동산실명제로 보유재산이 거의 노출되는
만큼 상속세 과표구간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 나부총리 =그것도 고려중입니다.

현행 상속세법은 과표가 5억5천만원을 넘을 경우 40%의 세율이 적용되는
5단계 구간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중산층들의 세부담을 완화해 주기위해 일단 세율과 단계는 그대로 두고
과표금액을 대폭 현실화할 생각입니다.

-최근들어 금융실명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총선기간중 각 당에서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고 최근에는 전두환전대통령
비자금 변칙실명전환과 관련해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나부총리 =지금 시점에서 대답하기 아주 곤란한 질문이네요.

-취임이후에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는데, 아직도 대안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 나부총리 =기업들도 정부의 보호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제경쟁시대에
효율적으로 적응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의 권익보호와 기업공시제도등의 개선 정착을
통해 기업경영내용이 보다 투명해져야 하고요.

그런 차원에서 외부감사제도의 효율화, 상장기업의 신속 정확한
공시문화정착, M&A(기업매수합병)제도의 공정성 제고, 소액주주의 권익강화
등 다각적인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가입의 분수령이라고 할수 있는 양대자유화
규약의 심사에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자본이동과 투자자유화에 대한 정부는 마지노선은 어느 수준인지요.

<> 나부총리 =금융과 투자관련제도를 궁극적으로 OECD 회원국수준에
접근시키되 그 속도와 방법은 우리 경제의 안정과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을 견지한다는게 정부의 기본입장입니다.

OECD가입은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야지요.

거시 경제의 안정을 해칠 정도의 무리한 개방요구는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고요.

하지만 우리가 이미 발표한 개방계획으로도 별 문제없이 가입될 것으로
봅니다.

조금 조정할 게 있다면 가입한 뒤에도 할 수 있습니다.

-OECD쪽에선 외국인 투자쪽에 불만이 많은것 같습니다.

업종제한에 특히 불평이 있는데요.

<> 나부총리 =외국인투자제도를 OECD규약등 국제투자규범과 조화되도록
하고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내국민대우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인투자를 원칙적으로 자유화하고 우호적인 M&A를
허용하며 일부 장기차관을 외국인 직접투자에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투자확대가 이뤄질수 있도록 정부의 의지를
보이겠다는 것이지요.

-수입선 다변화제도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정부도 "WTO규범준수"와 "국내산업보호"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듯하고요.

<> 나부총리 =수입선다변화정책은 그동안 대일무역적자를 완화하는데
크게 기여했어요.

그러나 WTO체제 출범으로 국제규범에 저촉되게 됐어요.

일본도 이점을 공격하고 나섰고.

국내에서도 특정산업을 과잉보호해 전반적인 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대상품목을 상당히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수입선다변화제도 같이 민감한 사안은 예전엔 경제기획원이 나서서
깔끔하게 풀어주었는데, 재정경제원 통합이후엔 정책조정기능이 크게
약화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나부총리 =정책조정기능을 강화하기위해 경제정책국의 조직을
보강하는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원내 정책협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요회의에 경제정책국장을 참석토록
하고 있고 경제정책국이 부처간의 조정창구역을 맡도록 했습니다.

지난번 경제장관회의에서도 각 부처에서 경제정책국을 잘 활용해달라고
주문까지 했습니다.

-남북문제가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전에 통일부총리도 지냈는데 남북경협활성화는 언제쯤이나 기대할수
있을까요.


<> 나부총리 =남북경협은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닌만큼 통일부총리가
대응할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제의한 4자회담의 추이를 보아가며 결정할
문제라고 봅니다.

경제협력은 그다음 아닙니까.

< 정리=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