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주 8개사가 두산그룹 계열사인 OB맥주의 주식을 매집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난해초 지방소주 회원사 협의체에서 OB맥주의
경영권인수를 위해 공동으로 주식을 매입하기로 합의했으며 앞으로 필요
하다면 공개매수에 나설 계획도 있다고 한다.

이번 사태가 주목받는 까닭은 OB맥주 주식매집의 배경에 있다.

OB맥주를 인수해 맥주시장에 진출하는것 보다는 두산경월소주의 대주주인
OB맥주의 일정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지방소주 시장을 지키려는 것이 진짜
목적이 아닌지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경월과 진로의 경쟁으로 지방소주 시장이 크게 잠식당한 데다 지방
소주시장의 50% 이상을 보장해준 개정 주세법에 대해 위헌심판이 청구돼
있는 상황이어서 의심받을 여지는 있다.

정확한 진상은 현재 진행중인 공정거래위와 증권감독원의 조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인수합병(M&A)이 다시 한번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만은 부인할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1월부터 그동안 대주주의 경영권보호장치로 기능해온
증권거래법 200조의 "주식 대량소유 제한규정"이 폐지되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2일 관계당국에 제출한 "기업경영권
안정을 위한 제도개선건의"에서 자사주 매입한도를 현재의 10%에서 20%로
늘리고 기업결합 신고기준과 타사주식 의무신고 취득비율을 하향조정해
주도록 요청했다.

우리는 기업경영권을 빼앗길까봐 불안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자사주 매입한도를 늘리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대주주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 기업자금을 동원하는 것은
소액주주의 시비를 불러일으킬수 있다.

또한 기업자금을 동원하거나 정부 규제에 의지해서 경영권안정을 꾀하는
것은 경쟁촉진및 효율향상을 위해 M&A를 활성화하기로 한 정책방향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밖에 기업활동에 쓰여야 할 엄청난 자금이 자사주매입에 묶여 있는 것은
국민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M&A를 활성화시킨 정책취지를 살리면서 경영권안정도
뒷받침해주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은 탈법적인 M&A 추진경로를 차단하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게임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주주 지분의 임의 인수대신 반드시 공개매수 절차를 밟도록
했으며 경영권방어를 위해 역으로 공개매수를 제의해 대항할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이때 어느쪽이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업 전체에 이익이 되는지가 증시에서
냉정히 비교검토될 것이며 이에따라 M&A 성사여부가 판가름나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본다.

다만 공개매수와 관련된 기간 가격 자금출처 등을 합리적으로 규정하고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현실에 맞게 확대하는 제도정비를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