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은행은 23일 정기예금 금리를 내리면서 3년짜리를 연11.00%에서
연10.75%로 0.25%포인트인하했다.

여신이라면 몰라도 수신금리를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따져 인하한 경우는
이제껏 전무하다시피했다.

금리자유화로 은행간의 금리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보니
금리를 "더 쪼개야" 살아남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사실 국제금융시장에선 소수점 셋째자리의 금리가 오래전부터 통용돼
오고 있다.

기업들도 많이 변했다.

"예전엔 기업들이 0.1%포인트의 금리차이를 우습게 알았다.

그러나 요즘엔 0.05%포인트수준도 챙긴"다는게 은행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만큼 금리민감도가 높아진 셈이다.

금리에 민감해진 것은 금리의 변동폭이 커진데도 이유가 있다.

한 시중은행 영업부장은 최근 담당임원으로부터 혼쭐이 났다.

모기금에서 100억원을 굴려달라고 제의가 와 연10.50%수준에서 네고가
이뤄졌다.

본부에 문의한 결과 당일자로 연10.60%로 운용이 가능하다는 회신이 왔다.

그러나 정작 다음날 자금을 확보하자 본부는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연10.45%로 미스매치(역마진)가 나는데 왜 받았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하루차이로 영업부장은 자기월급을 웃도는 몇백만원(한달운용기준)을
날려버린 꼴이 됐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이같은 주먹구구식의 금리장사를 막기 위해 최근들어
부랴부랴 ALM(자산부채종합관리) 위원회를 만들었다.

또 금리에 관한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면 곧잘 이 위원회를 소집하곤 한다.

그러나 말이 ALM이지 자산도 부채도 관리하지 못한다는게 중론이다.

"ALM이 제대로 되려면 과학적 방법에 의한 금리예측이 이뤄져야 한다.

국내은행들은 아직도 금리추측만을 하고 있다" (박정림 조흥경제연구소
주임연구원)는 지적이다.

그나마 자산.부채를 싯가로 평가, 시장가치를 산출하려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어 다행이라는 것이다.

예대 저마진에 대응, 미세한 금리차를 추구하려는 것 못지않게 은행들은
또 무수익자산(부실여신)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무수익자산의 축소는 여신금리를 낮추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업건전성 평가모델"을, 제일은행 지난 3월
"기업부실화 예측모형"을 개발해 적용해 오고 있다.

부실화가능성을 미리 측정하는등 심사기법을 새로이 도입, 여신취급단계서
부터 부실을 줄이자는 취지다.

올해초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의 후원은행 지정을 둘러싸고 상업(부산시
금고은행) 외환(88올림픽후원) 부산+동남(지역연고) 은행이 벌인 치열한
3파전도 저금리시대를 극복하려는 은행의 모습이다.

부대사업 이점이 있긴 했지만 싸움의 저간에는 시금고를 뺏어 오느냐
마느냐가 얽혀 있었다.

조달비용이 낮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한판승부와 다름아니다.

예대마진이 어제 다르고 오늘 바뀌는 상황에서 금리차의 극대화를 노린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벌써 예삿일이 돼버린 것이다.

<이성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