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기존 주체경제노선을 벗어나 자본주의기업방식을 도입하는
정책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김정우 북한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
(차관급)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조지워싱턴대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협력회의에서 밝혔다.

김부위원장의 발언과 관련, 정부는 "강한 개방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정책의지가 입증될 경우 북한의
국제경제기구가입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3일 정부당국자는 "북한이 진정으로 개방노선을 걷겠다면 대북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남한기업에 대한 투자보장등을 논의하기 위한 당국간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체제구축을 전제로 베트남과 같은
개방노선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의 정책의지가 입증될 경우
정부는 <>대북투자상한선철폐 <>사회간접자본투자허용 <>북한의 국제
경제기구가입지원 등에 나설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UNIDO(유엔공업개발기구) UNDP(유엔개발계획) 등 다자기구를
통해 북한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체제전환에 소요될 자금(차관)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의 IMF(국제통화기금) ADB(아시아개발은행) 가입을 유도하는
방안을 고려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그러나 지난 22일 평양방송을 통해 한미양국의 4자회담제안에
대한 언급을 회피한채 "조미간 잠정협정체결에 응해야 한다"며 종전주장을
되풀이했다.

이같은 북한의 이중적 태도와 관련, 당국자는 북한이 최근 미국과의
미사일회 및 유해송환협상, 4자회담제안을 전후한 실무접촉 등으로 북미간
접촉이 급증한 틈을 타 미국내 북한지원론을 확산시키려 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미양국은 예상되는 북한의 이간책동에 맞서 양국간 대북정책공조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기로 하고 다음달 중순 제주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고위정책협의회를 통해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