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총선당선자를 잘못 예측한 여론조사가 구설수에 오른 가운데
기업들이 설문조사를 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에 대한 지침이 나와
눈길을 끈다.

세계적 리서치회사인 미 A.C.닐슨의 소비자성향 분석에 따르면
나이나 민족성 학력 직업 등에 따라 조사원에게 한 대답과 실질적인
행동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제품의 판매량을 예측하기 위해 도입된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연령층은 45-54세의 장년층이었다.

응답자의 나이가 55세를 넘어서면 설문조사때엔 제품을 사겠다고
대답했더라도 실제로 물건을 사는 사람은 적어지기 시작한다.

반면 나이가 어릴수록 설문조사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지만 제품이
시판되면 중요한 구매층으로 떠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또 학력이 낮을수록, 블루칼라직종일수록 자신의 실질적인 행동의지보다는
질문자의 입맛에 맞도록 대답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민족성이나 문화권도 여론조사와 현실의 괴리를 만드는 함정이다.

이탈리아 필리핀 등 기독교문화권은 여론조사에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스페인문화권인 멕시코인들은 제품을 직접 써보고 나서야 구매를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불교문화권인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 일본 대만인들은 조사원들이 가장
질색하는 사람들이다.

좋은지 나쁜지 속시원하게 대답하기보다는 "같아요" "잘 모르겠다"라는
식의 대답이 많은 것.

같은 나라라도 민족에 따라 틀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말레이지아의 경우 인도계는 과장되게 응답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중국계나 토착 말레이계는 신중한 태도를 가진게 특징이다.

캐나다에서도 프랑스계보다는 영국계가 조심스런 응답을 보였다.

한국닐슨의 김종철상무는 "여론조사때 응답자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으면 조사결과가 틀려 낭패를 보는 수가 많다"며 "응답자의 심층을
꿰뚫어볼 수 있는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4일자).